교실에 스마트 혁명 “자, 교과서 켜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2015년까지 모든 초·중·고교의 교과서가 디지털로 바뀐다. 29일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서울 구로동 구일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노트북과 태블릿PC로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A양은 두꺼운 교과서가 담긴 책가방 대신 태블릿PC를 들고 등교한다. 수학시간에 교사는 필요한 동영상 자료를 수시로 내려받을 수 있는 IPTV를 통해 진도에 맞춘 프로그램을 불러내 수업을 진행했다. 무선인터넷망이 깔려 있는 교실에서 A양은 자신의 태블릿PC를 켜고 디지털 교과서를 열어 수학 문제를 익혔다. 수업 후 교사는 학생별로 수준에 맞는 과제물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전송했다. A양과 옆자리의 C군이 받은 과제물은 내용과 난이도가 달랐다.

 종이 교과서를 쓰면서 성적에 관계 없이 똑같은 수업을 듣던 교실 풍경이 2015년께부터 이런 모습으로 바뀐다. 교과 내용에다 참고서·문제집 기능까지 더해진 디지털 교과서가 개발되고, 학생들은 인터넷 서버에 저장된 교육 콘텐트를 스마트 기기로 내려받아 공부하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 교육이 필요하고, (정보 습득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봐야 한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이날 공개된 추진 전략에 따르면 2015년까지 초·중·고교 모든 교과를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가 개발된다. 스마트 교육 이후에도 종이교과서 사용은 병행된다. 디지털 교과서는 교과 내용과 참고서·문제집·사전 등의 기능을 모두 연계한 형태로 제작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디지털 교과서는 PC나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모든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과서는 인터넷상의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개인 단말기로 불러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으로 활용된다. 교사는 교실에 설치된 IPTV나 전자칠판을 통해 디지털 교과서를 띄워놓을 수 있고, 학생 역시 개인별 기기로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2015년까지 모든 교사에게 스마트 기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석하는 학생도 원격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도 인터넷을 통해 치르는 방식으로 바뀐다. 지금은 종이 시험 형태의 평가가 대부분이다. 교과부는 인터넷 서버에 탑재될 우수 콘텐트를 확보하려고 일반인이 콘텐트를 제작해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열기로 했다.

 이 같은 청사진 실현을 위해서는 과제도 많다. 우선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를 개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교과부 김두연 교육정보화과장은 “2015년께면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대부분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저소득층은 정보화 지원 사업을 받기 때문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중독이나 부적절한 콘텐트 노출 위험도 커진다. 콘텐트 전송·이용과 관련한 저작권 논란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교육용으로 콘텐트를 개방해주는 운동을 벌이겠다지만 공공기관이 저작권 침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성탁 기자

‘스마트 교육’ 어떻게 추진되나

▶ 디지털 교과서 개발

- 2015년 초·중·고교 모든 교과 적용
- 참고서·문제집·멀티미디어 자료와 연계
- PC·스마트TV 등 모든 단말기에서 사용
- 종이 교과서와 병행 사용

▶ 온라인 수업 활성화

- 등교 못하는 학생에게 2013년 우선 실시
- 소수 학생 선택하는 과목에 확대 시행

▶ 온라인 학습 진단·평가 체제 구축

- 국가 학업성취도평가 인터넷으로 실시
- 학생별 수준 진단한 뒤 학습 방법 제시

▶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2015년까지 조성

- 인터넷상 교육콘텐트 활용체제 구축
- 모든 학교에 무선 인터넷망 설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