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 하나도 그냥 한 것 없다…완벽남 독고진, 실제 나보다 멋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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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 마지막 장면에서 독고진은 카메라를 향해 “이런 드라마 만난 것 영광으로 알아~”라고 말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뻔한 마무리가 싫어서 즉석에서 지어낸” 차승원의 애드리브였다. 독고진 캐릭터는 차승원과 홍자매 작가의 철저한 공조가 이뤄낸 결과다. [김태성 기자]

독고진을 잊지 못하고 있는 당신에게 안 된 말이지만, 차승원(41)은 이미 독고진을 ‘극뽁’(‘극복’의 독고진식 발음)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나는 하던 대로 열심히 연기를 했는데, 조금 더 뜨거운 반응. 좋기도 하지만 우습기도 하다. 이게 굴레가 될 수도 있으니 아주 현명하게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톱스타 독고진을 연기한 실제 톱스타 차승원. 29일 서울 청담동 카페에서 만났을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남자”를 익살스럽게 외치던 독고진은 어디 가고, 진지하고 때로 퉁명스럽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요즘 식스팩(복근) 스타 투표에서 2PM 옥택연을 제치고 1위더라”고 전해주자 반응이 “뭘 그런 걸 뽑고 그러나”였다.

 - 반응이 뜨거웠다. ‘현빈앓이’를 대체한 모양새다.

 “새롭긴 해도 아주 새로운 건 아닌데, 장치가 좋은 인물이라서 사랑을 받은 것 같다.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로맨틱한 부분이 있으니 열광하는 거겠지. 이번 드라마는 치밀해야 했다. 괴팍하고 살갑지 않은 캐릭터의 톤을 잡기 위해 홍자매(홍정은·미란) 작가와 상의를 많이 했다. 초반에 반지·액세서리를 많이 한 것도 심리적 결핍을 대체하려는 욕구를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치장이 줄어든다. 구애정이라는 사회에서 버림 받은 아이를 보듬어가는 과정에서, 웃긴데도 멋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코믹연기가 워낙 자연스러워 실제 성격인지 헷갈린다.

 “비극보다 희극이 힘들다. 철저한 계산 하에 해야 한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지만 주인공은 비참하고 다급하다. 진짜처럼 해야 정극으로 갔을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담는 거다. 상대 역인 공효진씨와 연기 톤이 전혀 다른데 오히려 더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최고의 사랑’ 직전 그는 드라마 ‘아테나’ 영화 ‘포화 속으로’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등에서 진중한 캐릭터를 맡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하던 대로 열심히 했지만” 대중은 독고진에게 가장 열광적이다. 여러 번 “이 상황이 우습다”고 했다. 1988년 톱모델로서 혜성 같이 데뷔한 이래 연기자 생활 20여 년. 대중의 롤러코스터 같은 반응에 익숙한 듯했다. “다음 작품은 특히 신중하게 택해야 할 것 같다. 당분간 관찰을 많이 하면서 평범하게 살 생각이다. 운동(피트니스 트레이닝)도 다시 하고”

 -40대에 그 같은 몸매가 가능한가. 얼마나 노력하면 되는가.

 “엄청 할 것 같지만 매일 딱 1시간 집중해서 한다. 효율적으로 못하면 몸만 혹사시킨다. 별달리 소식(少食)도 안 한다. 먹은 만큼 운동하는 게 정답이다. 나도 매번 운동갈 때마다 하기 싫다. 그런데 습관이 됐다. 각자 원하는 자기 이미지가 있잖은가. 남자배우로서, 치열하게 사는 듯한 모습의 남자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아니 혈육도 아닌데 왜 나를 이렇게 좋아하겠는가. 연기 때문 아닌가. 난 운이란 걸 믿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사람 앞에서 이길 사람이 없다. ”

 -구애정 같은 비호감 연예인으로 전락하는 것, 독고진이 아니라 차승원도 두렵다는 뜻인가.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배우·연예인에게 매력도란 건 중요한 거다. 어느 순간 보기 싫어지면 아무리 노래·연기를 잘해도 싫어하니까.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낸 게 크다. 많은 배우들이 이 드라마에 공감하고 ‘맞아, 나도 저런 적 있어, 했던 것’처럼.”

 - 다음 질문에 ‘예스(yes)’라면 독고진처럼 ‘띵똥’이라고 답해달라. 내 기사에 댓글 단 네티즌을 흉본 적 있다?

 “띵똥. 그런데 최근엔 안티 댓글이 별로 없더라. 그러면 반대되는 글이 엄청 쏟아질 테니.”(웃음)

 -독고진과 실제 나 중에 내가 더 멋있다?

 “잘 모르겠다. 아니, 독고진이 훨씬 멋있다. 포장이 근사하게 만들어진 인물이니까.”

 -키스신 찍을 땐 아직도 설렌다.

 “전혀. 일인데 뭘.”

 - 지금 이대로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띵똥. 지금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테니까. 그땐 뭣도 몰랐던 것 같다. 20대에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그 나이 또래에 맞게 생활의 감정을 뿜어낼 수 있는. 그런 건 아쉽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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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화배우

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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