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훈 “승자의 저주 없다 … 2조5000억은 충분히 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CJ㈜ 이관훈 대표가 29일 기자회견에서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날인 29일 CJ㈜ 이관훈(56) 대표는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나치게 비싸게 대한통운을 인수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를 씻음과 동시에 구체적인 사업 비전을 내놓기 위한 자리다.

 이 대표는 이날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과의) 경쟁으로 인수가격이 오르기는 했으나 그룹의 재무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며 “자금력이 충분한 만큼 승자의 저주란 우리에게 가당치도, 어울리지도 않는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자금마련 계획도 밝혔다. 인수대금은 그룹주력인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절반씩 부담하는데, CJ제일제당은 보유 현금과 삼성생명 주식 유동화를 통해, GLS는 5000억원대 유상증자와 5000억원 상당의 외부차입으로 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CJ㈜ 성용준 재무팀장은 “제일제당이 가진 삼성생명 주식은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고 최소 2조5000억원 이상의 차입 여력이 있다”며 “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유휴 부동산(김포·영등포 등)의 값어치는 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GLS는 5000억원을 외부에서 빌려도 현금흐름이 좋은 편이어서 부채비율에 큰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역시 “현재 부채비율이 75% 선인 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을 500%로 끌어올리면 5조원 이상을 무리 없이 모을 수 있다”며 “우리 회사는 2조5000억원 정도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모을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점도 내세웠다. 이 대표는 “대한통운은 물류 전문가 집단이고 CJ와 시너지 효과를 낼 부분이 더 많다”며 “글로벌화를 위해 오히려 추가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일부에서 우려하는 구조조정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J GLS와 택배사업을 제외하면 거의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 데다 물류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되레 사람을 더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인수 후 대한통운의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금호터미널 등은 이미 매각된 상태로, 대한통운 자체는 거의 부채가 없는 회사가 된 만큼 추가 자산 매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미래 비전도 내놓았다. 이 대표는 “대한통운을 2020년까지 글로벌 7위(매출 20조)의 전문 물류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했다. 국내외 주요 대기업 같은 대형 화물주를 개척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시장에 머물고 있는 택배사업도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삼성그룹과 갈등설에 대해 “(삼성그룹이 아니라) 삼성증권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소송도)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29일 CJ제일제당은 주당 23만4000원(전일대비 -6.4%)에, 대한통운은 주당 10만4500원(-5.8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은 물론 강성으로 알려진 대한통운 노조 문제는 여전히 CJ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