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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사람 굶겨 죽였다” 평양 한복판 낙서에 北 발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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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남 단천역 부근에 나붙은 김정일 비난 벽보, 후지TV방송 캡쳐]

북한 평양 한복판에 김정일을 대놓고 비방하는 낙서가 발견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평양 소식통이 “최근 평양철도대학 담장에 김정일을 비방하는 낙서가 발견됐다. 사건이 워낙 세서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금방 퍼졌다”고 전해왔다는 것이다.

평양철도대학 담장에는 ‘박정희·김정일 독재자, 박정희 나라경제 발전시킨 독재자, 김정일 사람들 굶겨 죽인 독재자’라고 쓰여 있었다. 빨간 벽돌 담장에 흰색 분필로 적혀 있어 눈에 금방 띄었다는 전언이다.

보안 당국은 낙서가 발견된 직후 범인이 지방으로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동 인구를 통제하는 등 범인 색출에 나섰다. 소식통은 “27일 오전까지 사흘간 기차표 발매가 금지됐다”며 “개인적인 일로 평양을 방문하거나 군복무 하는 자식을 면회 왔다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돼 왔지만 한국의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김정일을 비판하는 낙서가 평양 한복판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평양철도대학은 철도 분야 엔지니어들을 양성하는 기술전문 대학으로 북한 우수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철도대학 벽에 낙서를 했다는 것은 공개적으로 김정일을 비난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당국은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부 합동 수사대를 꾸려 조사를 벌이고 있다. 평양철도대학 학생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소식통은 “지방도 아니고 평양 공개장소에서 낙서사건이 벌어져 ‘피바람’이 불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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