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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사장 지갑 속 ‘더 블랙’카드는 9999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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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카드 3사의 VVIP 카드들은 연회비가 200만원에 이른다. 왼쪽부터 하나SK카드의 ‘CLUB1’, 삼성카드의 ‘라움(RAUME)’, 현대카드의 ‘더 블랙’.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지갑 속에 어떤 카드를 넣고 다닐까. 7개 주요 카드사 대표를 상대로 사용하는 카드를 물어봤다. 6명은 연회비 30만원 이상 프리미엄 카드를 자신의 주력카드로 쓰고 있었다. 특히 이중 3명은 연회비가 200만원을 넘는 VVIP(초우량고객)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VVIP카드는 연회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고,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카드사는 대신 문화시설 이용 권리와 항공권 등 풍성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CEO가 이런 서비스를 향유하기 위해서만 그런 카드를 쓰는 건 아니다. 서비스를 직접 점검하고 주변에 알리려는 의도도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지갑에는 현대카드 ‘더 블랙’이 꽂혀 있다. 정 사장이 가진 카드의 일련번호는 9999번. 그의 장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일련번호 1번인 카드를 가지고 있다. 연회비 200만원인 이 카드는 신청한다고 아무나 발급받을 수는 없다. 회사 내 ‘더 블랙 커미티’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카드가 주는 대표적 프리미엄 서비스는 매년 나오는 ‘기프트 바우처’다. 호텔 숙박권, 아이폰, 뷰티숍 이용권 등 부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은 연회비 200만원짜리 ‘CLUB1’ 카드를 쓴다. 매년 최신형 스마트폰을 비롯해 무료 장기 노선 비즈니스석, 공식 LPGA 초청장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카드다. 이 사장은 이 카드가 주는 혜택들을 알리기 위해 우수 고객에겐 직접 e-메일을 보낸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쓰는 ‘라움(RAUME)’ 카드 역시 연회비 200만원짜리 VVIP카드다. 최 사장은 이 카드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 보며 서비스를 점검한다. 컨시어지 서비스란 고객이 원하는 분야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예컨대 미술을 공부하는 자녀가 있으면 뉴욕의 유명 미술작가를 직접 만나게 주선해 주는 식의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카드의 ‘프리미어카드’를 주로 이용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전 노선의 좌석 업그레이드와 동반자 비즈니스 항공권 무료 제공의 혜택이 있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은 ‘다이아몬드카드’를 사용한다. 프리미엄급 카드지만 연회비는 30만원이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의 지갑 속에는 ‘ROVL카드’가 들어있다. ROVL카드는 회원이 해외·국내 여행을 할 때 최고 30만원까지 여행비용을 지급한다.


 카드사 대표라고 모두 연회비 100만원이 넘는 카드만 쓰는 건 아니다. 이종호 비씨카드 사장은 실속파다. 주력 카드는 ‘BC글로벌카드’. 연회비는 단 2000원이다. 전 세계적인 카드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비씨카드가 최근 야심 차게 선보인 대표상품이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로고가 찍혀 있지 않지만 전 세계 103개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 물건을 살 때 붙는 국제카드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신라면세점에서 10%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한마디로 실용적이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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