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말 안 듣는 아이'에 숨겨진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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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원장의 '소아 정신 건강'

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원장

부모는 아이를 낳을 때 처음으로 부모가 된 것에 대해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한 행복감과 더불어 아이가 성장하기까지 부모와 아이에게도 시련은 있다. 부모가 처음이라 서툰 것처럼, 아이도 모든 것이 변화이고 적응해야 하는 훈련인 것이다.

특히 아이는 자라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행동을 습득하기 위해서 많은 애를 쓴다. 아이가 처음 걷기 시작하면 수없이 넘어져도 계속 걷는 시도를 한다. 아이는 수많은 실수와 시행 착오를 통해 다음 단계 성장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 때, 부모는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물건을 제거해야 하며 인지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손에 쥐어 삼키면 해가 되는 것과 독극 세제물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와 부모사이에도 사소한 불협화음이 생기고 부모는 사소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가 먹기 원하는 반찬을 먹지 않거나, 아이가 예쁘게 보이기 위해 치마를 입히려고 하지만 아이는 활동하기 편한 바지를 입겠다고 하는 등 아이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부터이다. 아이는 출산 후에는 절대적인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지만, 인지 기능이 발달하면서 자신의 의사가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이 독립성을 획득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아이 관계는 사회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1:1 관계 시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성 발달의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시작함을 의미한다. 이런 관계에서 아이는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부모의 반대에 의해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이는 사회적 관계에서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면서 점차적으로 자신의 독립성 습득을 위해 투쟁(?)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말과 의도를 따라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의사가 거절되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자신도 어린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이가 더 이상 부모 말을 듣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위로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며 부모 생각과 아이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내 자신이 세상과 독립되어 내 자신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바로 아이가 사회에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버릇없이 아이를 키워 예절이 없는 아이가 된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다. 그리고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 완력이나 부모의 힘으로 아이 의견을 제압하게 된다. 이는 아이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법들이다. 이런 제압은 아이가 어릴 때 쉽게 통한다. 어릴 때 쉽게 통하기 때문에 부모는 이러한 방법에 중독된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반복되면서 강도는 조금씩 악해지고 아이는 여기에 적응하게 되면서 부모는 아이가 말을 잘듣게 하기 위해서 보다 더 강한 방법을 찾게 되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된다.

필자도 그렇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자신에게 생명을 준 부모의 지시를 잘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도 성장하면서 부모의 말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부모를 무시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부모의 도움 아래 잘 성장하여 이제는 보다 더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무조건 제압하려기 보다는 이러한 상황에서 현명하게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김태훈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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