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반병, 세계와 함께 건강을 마신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막걸리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막걸리 생산량은 3만5079kL로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의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지난해 6월의 3만3906kL보다 약 1000kL 늘어난 수치다. 또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의 중국 수출량은 91만3104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9년(13만8862달러)보다 657%나 늘어났다.

막걸리 주요 수출국인 일본도 289%나 늘어났다. 일본 막걸리 시장은 지난해 한화 기준으로 180억원이었으나 올해 300억원, 내년도에는 4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에 일본 계열사 진로재팬을 통해 진로 막걸리를 70만 상자(1상자 8.4L 기준)를 수출했다. 올해 일본에 120만 상자를 수출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중순 삿포로맥주와 B2B 막걸리 판매위탁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오는 7월 중순 ‘CJ본가 막걸리’를 출시하고 일본 전국의 주요 주점과 음식점에 공급한다.

사람에게 좋은 술, 막걸리
막걸리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사람의 체질에 맞는 술이란 점을 꼽는다. 우리나라 음식문화는 물론 중국, 일본 등 외국인에게도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새롭게 막걸리의 몸에 좋은 효능이 밝혀진 점도 소비가 늘어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막걸리의 저칼로리 웰빙주 이미지와 영양학적 효능이 지속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막걸리의 인기는 꾸준하게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도 발효제어기술, 냉장유통시스템 도입 등 새로운 기술 개발과 연구개발을 통해 막걸리의 맛과 영양을 유지할 수 있는 노력을 통해 막걸리 인기가 지속되도록 유도 하고 있다.

막걸리 속 파네졸 효과
와인은 프랜치 패러독스를 통해 세계적인 술로 발돋움했다. 프랜치 패러독스란 프랑스 사람들이 육류를 다른 유럽 사람에 비해 많이 소비해도 심장병(관상동맥질환)이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달리 말해 와인을 많이 마셔도 와인의 성분 때문에 건강하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지난달 14일 한국식품연구원의 막걸리에 항암물질인 파네졸(fransol)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걸리 업계는 호황을 맞고 있다. 파네졸은 약 5~7㎎/L 정도의 미량으로도 항암∙항종양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질로 암세포를 제어해 죽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파네졸이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막걸리와 맥주, 포도주, 소주 등과 비교 분석한 결과 포도주나 맥주(15~20ppb)보다 10~25배(150~500ppb) 더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막걸리의 흰색 고형분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전통술로 천 년 이상 마셔 왔다. 탁주라고도 하고 농주라고도 한다. 막걸리는 알코올 함량이 낮으면서 유산균과 효모가 함유되어 있으며 단백질∙식이섬유를 비롯해 다양한 유기산과 생리활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비만항암염증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
최근에는 이런 영양학적 측면 외에도 누룩과 물, 쌀이 발효하면서 생성되는 다양한 유기산과 생리활성 물질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주관하는 농림수산식품 연구개발사업 연구과제로 ㈜국순당 부설 연구소, 성균관대 유전공학과와 경희대학교 식품공학과, 한경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부터 2013년까지 막걸리 및 막걸리 유래 유산균의 기능활성 탐색에 대한 연구를 공동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1차년도 연구성과 중 일부로 지난 4월 30일 한국식품과학회지에 막걸리의 기능 분석 결과가 게재되었다.

먼저 막걸리의 비만억제 효과이다. 우리 몸의 지방세포는 지방세포의 크기가 한계가 있어 과잉 영양공급이 될 때, 에너지를 신속히 저장하기 위해 지방세포수의 증가가 일어나 지방세포 내의 지방축적이 활발하여 비만을 유도하게 된다.

그러나 연구결과 막걸리(동결건조물)는 지방세포로의 분화와 지방축적을 억제하는 항비만효과 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두번째는 막걸리의 항암효과이다. 파네졸의 기능 말고 암 세포가 확산 (전이)되는 것은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이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무제한 증식과 다른 조직이나 기관으로 전이되는데 막걸리의 성분 중에는 이런 암 주변의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암 전이를 저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 번째는 염증을 완화시키는 소염효과이다. 염증은 체내에서 발생한 산화스트레스에 의해 촉진되는데, 와인에 많이 함유된 폴리페놀이 항염증 활성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막걸리에도 염증 매개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 이번 연구결과 밝혀졌다.

막걸리는 하루 반병이 적당
막걸리도 술이다 보니 막연히 좋다고 하기에는 술이 가진 한계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막걸리를 마신다면 성인기준으로 하루에 반병 정도가 간이나 알코올 섭취로 인한 인체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건강한 음주 방법과 함께 다양한 과학적 접근의 결과를 토대로 보면 막걸리에 대한 가능성은 무한하다.

파네졸(farnesol)=레몬그라스·발삼·네롤리·장미 등 주로 허브에 함유된 향기성분. 향을 내기 위해 향수·스킨케어 제품·담배 등에 첨가된다. 일부 곤충엔 페로몬(수컷을 유도하는 성분)으로 작용해 천연 살충제로도 활용된다. 암세포·동물 차원에서 항암효과 관련 연구는 있으나 항암효과에 대한 임상연구 사례는 없다.

- 지방세포가 되기 바로 전 단계인 전지방세포의 분화가 활발할수록 지방세포 내의 지방축적이 활발해 비만을 유도하게 된다.
- 막걸리는 전지방세포의 분화를 억제해 지방세포로의 분화와 지방축적을 억제하는 항비만효과가 있다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 성균관대 유전공학과, 경희대 식품공학과, 한경대 산학협력단, ㈜국순당 부설연구소 공동연구

이정구 객원기자 bupdor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