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공룡 수도권]백서에 나타난 서울시 '자아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는 지난해 발간된 시정백서를 통해 이례적인 고백을 했다.

"서울은 지난 30년간 외형적으로 그럴 듯한 도시로 성장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짜증나는 교통, 심각한 환경오염, 도시 시설물 안전문제 등 불편하고 부실한 도시가 됐다.

백서는 "소규모 공원이나 주차장 등 일부 공공시설만 확보하면 고층빌딩 건축을 허용한 도심 재개발 사업이 서울을 회색도시로 만든 주범" 이라고 지목했다.

또 층수나 밀도 규제 없는 물량 위주의 주거지 개발이 도시경관을 해치고 교통·환경문제를 초래했다는 것. 최근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의 문제점과 함께 영등포·청량리 등에 대한 부도심 정비 공언과 달리 공장이 옮긴 자리에 고층아파트를 허가한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옥수동·금호동 등 한강변 재개발과 동소문동 등 고지대 재개발도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들었다.

결국 장기 계획이나 일관성 없는 개발위주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이런 반성은 이어졌다.

다핵화(多核化)와 균형발전을 위해 설정한 '1도심·4부도심·11지역중심·54지구 중심' 의 도시기본계획이 치밀한 전략 없이 세워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시내 25개 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도시' 가 되기 보다 경쟁적 개발로 한결같이 고층건물이 밀집한 '25개 미니도시' 가 생겨났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 도시기본계획은 기본적인 인구 예측조차 틀렸을 정도로 허술했다" 고 자기비판을 했다.

서울시 문승국(文承國.박사)도시계획과장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인기주의.개발주의에 맞춰지는 바람에 도시여건 악화에는 신경을 쓰지못했다" 며 "전문가들도 자신이 배운 해외개발 사례를 무분별하게 제안해 도시계획에 혼란을 부추겼다" 고 지적했다.

文과장은 "도시를 소모적인 일회용 부품처럼 취급하는 후진적인 인식을 넘어 살고싶어 사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