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0’와 함께 친환경 안전관리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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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에서 지난 5월 실시한 화재 예방 훈련. 실제 화재 사고가 난 것처럼 가정해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지난 4월 12일 울산의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 복합단지. 까치 한 마리가 원유저장 탱크에 집을 짓는 모습이 안점 점검을 위해 단지 곳곳을 살피던 직원의 눈에 띄었다. 까치가 둥지를 지은 곳은 하필 원유탱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사다리였다. 여기에 까치가 둥지를 틀면 시설 점검을 하러 탱크 위에 올라가지 못할 판이었다.

직원은 곧 책임자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잠시 논의가 이어졌다. 까치집을 그냥 제거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로 옮겨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손을 탄 둥지에는 살지 않으려 할 것이고, 또 까치는 보호 조류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그냥 떼어 버리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안전관리 철학을 보여주는 일화다. SK는 이렇게 안전뿐 아니라 환경까지 고려한다. 그래서 안전관리 체계의 이름이 ‘SHE 통합경영시스템’이다. SHE는 ‘안전(safety)’ ‘건강(health)’ ‘환경(environment)’의 영문 머릿글자를 딴 것. 또 안전관리의 목표 자체도 ‘사고 제로’와 더불어 ‘친환경적인 회사 구현’으로 잡고 있다.

예방과 대비도 철저하다. 감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안전관리를 평소에 얼마나 잘하는지다. 공장별로 안전관리 실태 점수를 매겨 경쟁을 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만에 하나 생길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수시로 실전 같은 훈련을 한다.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한 훈련만 한 해 네 차례다.

지난달 초에는 대테러 훈련도 했다. 범국가적으로 실시한 ‘2011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의 하나였다. 무장 테러범 3명이 직원을 인질로 잡은 상황을 가정해 대처 훈련을 했다. 테러범들이 소지한 폭탄이 터져 화학물질이 흘러나왔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화학물질 제거 및 제독 작업까지 실전처럼 했다.

SK는 당시 훈련을 참관한 울산 남구청으로부터 “대응 체제가 잘 갖춰진 것 같다”는 비공식 평가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교육과 평시 점검 등 안전 예방 활동과 체계를 더욱 강화해 울산 복합단지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석유화학 단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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