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국내 건설사 첫 인수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최현주기자]

중국 기업이 처음으로 국내 중견건설업체를 인수했다.

대우산업개발(옛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은 최근 중국 창룽(長榮)건축유한공사와 300억원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창룽공사는 대우산업개발 지분의 60%를 확보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중국 기업이 국내 건설업체를 인수하기는 처음이다.

창룽공사는 광동성 동관시에 있는 부동산개발업체로 주로 하얏트 등 대형호텔 사업을 해왔다. 대우산업개발 인수는 중국보다 체계적이고 선진화된 국내 건설시스템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중국 건설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건설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외국 업체의 기술과 인력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화된 국내 건설시스템ㆍ인력 확보 원해


대우산업개발은 원래 1993년 대우자동차에서 영업부문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대우자동차판매의 건설부문이었다. 2000년 4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가 2002년 11월 경영이 정상화됐다.

이후 ‘이안’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주택사업 등을 벌이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맞아 지난해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대우자동차판매를 건설사업 등 3개 부문으로 분할해 투자자를 물색했고 창룽공사가 건설부문의 새 회사인 대우산업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정부의 시공능력평가에서 52위였고 2009년 기준으로 한해 매출액이 5950억원, 수주액은 8360억원이었다.

중국 기업의 국내 건설업체 인수에 대한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한국주택협회 김대성 부장은 “이미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 국내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앞선 기술만 가져가고 인수한 업체는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건설분야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들어가기 쉽지 않았던 중국 건설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권오현 실장은 “그간 국내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중국에 진출했다가 현지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지 못해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자동차판매는 27일 “일부 채권자들의 반대로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대우자동차판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이번 창룽공사의 대우산업개발 인수 계약은 유효하고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