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싱턴 “한국,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 내 벤저민 프랭클린룸에서 개발도상국 지원에 상호 협력하자는 내용의 한·미 개발협력 의향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후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등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남북 관계 개선과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남북 대화 우선’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이제는 한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의 북한 핵 문제 해결 수순을 조속히 밟기 위해 한국에 엉킨 매듭을 풀어달라고 한 것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하고 북한 문제를 협의했다.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조현동 북핵외교기획단장, 김형진 북미국장, 미국 측에서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클리퍼드 하트 6자회담 특사 내정자 등이 배석했다. 이에 앞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워싱턴을 방문해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태담당 선임보좌관 등과 회동했다. 김 장관은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별도로 만났다.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양국 당국자 간 다양한 접촉 과정에서 미국 측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3년 가까이 북한에 대한 개입(engagement)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한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어느 때보다 미국 측의 이 같은 요구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대북 접촉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는 데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며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조속히 중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으로 위기를 조장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오바마 재선을 위한 전략이 정책 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천안함·연평도 문제과 관련해 북한의 사과 등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열린 입장이지만, 북한이 (먼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남북한이 스스로 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조건하에서만 대북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남북 대화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와 관련된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진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외교통상부 장관(제36대)

1953년

[現]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

1967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