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면박부터 주는 CEO는 회사 망치기 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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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가 고집을 버려야 회사가 삽니다.”

 ‘CEO(최고경영자) 닥터’를 자처하는 홍의숙(53·사진) 인코칭 대표의 말이다. 홍 대표는 20여 년 동안 리더십 문제로 고민하는 500여 명의 CEO를 상담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 있는 CEO가 되고 싶다면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서울 사직동 본사에서 수전 데이비드 미국 하버드대 코칭연구소 부소장을 초청해 연 ‘정서지능(사람의 미묘한 정서를 파악하는 지능) 개발’ 세미나에서다.

 홍 대표가 지켜본 CEO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그는 문제의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직원 능력이 부족하다’ ‘회사가 어려운데 직언하는 직원이 없다’며 찾아오는 CEO가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회사 분위기를 그렇게 만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회의 때 의견을 낸 직원에게 꼬치꼬치 캐묻거나 틀렸다고 면박부터 주는 CEO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부족한 점은 없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코칭은 CEO에게 리더십을 ‘코칭(coaching)’하는 회사다. 컨설팅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따라오라는 ‘일방적’ 성격이 강하다면, 코칭은 ▶서로 대화하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해결책을 같이 찾는 ‘쌍방향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CEO를 가르치려 들면 더 바꾸기 어렵다”며 “코칭이야말로 고집 센 CEO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민하는 CEO와 함께 눈물 흘릴 정도로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칭을 통해 바뀐 CEO도 많다. 한 중소기업 CEO는 부하 임원이 핵심 직원들을 데리고 나가 경쟁사를 차리자 고민에 빠졌다. 당장 급한 것이 회사에 남은 직원들이 패배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었다. 홍 대표는 이 CEO와 3년간 매주 한 번씩 만나 CEO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다독여야 하는지 등을 상담했다. 결국 회사는 다시 활력을 되찾아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홍 대표는 요즘 CEO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감성이 메말랐다는 것이다. 그는 “CEO가 여유가 없으면 조직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며 “하루 10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근엔 ‘정서 지능’을 경영에 활용하는 추세라고 했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등 사람의 정서를 파악하는 능력이 경영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부하 직원이 입은 웃는 모양이지만 눈은 그대로라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며 “부하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표정만 봐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감성을 가져야 ‘진짜 CEO’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홍의숙 대표가 CEO에게 주는 조언

1. 자기 중심적 사고를 버려라.
2. 직원이 일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라.
3. 부하 직원에게 단기 성과만 요구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줘라.
4. 조금 늦더라도 조직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길로 가라.
5. 하루 10분 만 자기 시간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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