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 … 비축유 방출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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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결정이 즉각적으로 시장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1.54달러에 마감했다. 하루 전 거래 가격보다 4.6달러(4.3%)나 하락한 것이다. 23일 싱가포르 시장 마감 이후 발표된 비축유 방출 소식이 하루 늦게 반영된 것이다. 이미 23일 배럴당 4.39달러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8월물)는 이날 0.14달러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8월물)은 전날 6.95달러나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2.14달러 하락해 105.12달러에 장을 마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 거래시장의 수요를 비축유가 흡수함에 따라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석유제품 가격도 함께 하락했다. 이날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보통휘발유(옥탄가 92)는 전날보다 배럴당 5.38달러 내린 112.01달러를 기록했다. 경유가격도 4.9달러 떨어졌다. 싱가포르 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은 2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시장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7월 10일 무렵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하락할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석 달간 공급가를 100원 내렸던 조치가 끝나는 시점(7월 6일)과 거의 일치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정도 떨어지고, 이에 따라 국내 석유류 가격은 L당 35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의 공급가 인하 종료 시점을 앞두고 추가 조치를 고민해온 정부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지식경제부 도경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공급가 환원 후 소비자가를 단계적으로 올리도록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은 자연스럽게 달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방출하는 비축유에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원유 값이 싼 시점에 비축해둔 제품이 직접 시장에 풀릴 경우 유가 하락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유소들의 사재기를 집중 단속하는 등 유통시장 질서 확립에 더욱 중점을 두기로 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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