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1주일 새 사라진 꽃밭, 독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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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실린 사진 속 풍경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지난주 week&은 4면에서 경기도 안성에 있는 양귀비밭 사진을 걸었다. 붉은 양귀비꽃이 만개한 꽃밭 앞에서 관광객 두 명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 꽃밭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주말 이 사진을 보고 안성에 내려간 수많은 독자가 헛걸음하고 말았다. 대단히 죄송하다. 독자 제위께 정중히 사과한다.

 저간의 사정은 다음과 같다. 이 사진은 안성시 두리마을에 있는 플로랜드에서 8일 촬영했다. 여행기사는 마감 일정상 보통 보도 예정일보다 일주일쯤 전에 취재를 한다. 두리마을은 안성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마을로, 평소 주말에도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다. 마을은 사진 포인트 삼아 꽃밭 플로랜드를 조성했다. 토지는 정부 소유고, 꽃을 심고 관리하는 주체는 한경대학이다.

 week&은 두리마을에 경기관광공사 직원과 동행했다. 이번 기사는 경기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중기획 ‘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여행’의 6월 편이었다. week&은 올 1월부터 매달 경기도 가족 나들이 여정을 제공하고 있다. week&과 경기관광공사가 회의를 열어 월별 여행지를 정하면, 경기관광공사가 해당 지자체에 연락을 해 추천 코스를 받는다. 이번에도 그 코스를 따라다닌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아니 현장에서도 특이사항은 없었다. 꽃 취재의 경우, 취재 날짜와 보도 날짜가 달라 신문을 보고 현장에 갔을 때 꽃이 지고 마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런 사고를 여러 차례 당했던 터여서 양귀비가 이달 하순까지 핀다는 정보까지 사진 설명에 달았다.

 사고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지난 16일 한경대가 갑자기 꽃밭을 갈아 엎은 것이다. week&이 꽃밭을 취재한 건, 경기관광공사는 물론이고 안성시와 두리마을 주민도 알고 있었다. 단 한 곳, 한경대만 모르고 있었다. 한경대는 양귀비꽃 얼른 걷어내고 가을 아이템인 옥수수를 심을 생각뿐이었다.

 주말이 시작됐다. 수많은 독자가 week& 17일자 지면을 들고 두리마을로 내려갔다. 그러나 꽃밭은 없었다. 관광객은 마을 안내센터로 가서 자원봉사 나온 주민에게 항의했다. 안내센터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환갑을 넘은 어르신이다. 급기야는 동네 어르신도 뿔이 났고, 안내센터를 닫고 집에 가 버렸다. 18일 토요일 오후 상황이 심각해지자 경기관광공사와 안성시는 부랴부랴 현수막과 사과문을 걸고 두리마을을 찾은 관광객에게 안내를 시작했다.

 요즘 시골 마을마다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쉬운 게 많다. 무엇보다 동네 주민의 서비스 의식과 꼼꼼한 일 처리는 많이 부족하다. 해당 지자체나 관련 부처의 지도와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내막이 어떻든지 간에 week& 독자 제위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올린다. 여태 꽃이 졌다는 항의는 있었어도 꽃밭이 없어졌다는 항의는 처음이다. 앞으로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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