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수학 코드‘ 찾아 창의적 독후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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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고입과 대입에서 독서 이력이 중요해졌다. 자녀의 독후활동을 ‘남들과 다르게’ 지도하려는 학부모들의 고민은 커진다. 하지만 장황한 줄거리 서술에 느낌을 간단히 덧붙인 ‘판에 박힌’ 독후감은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와 함께 책 속에 숨겨진 수학적 소재를 찾아내는 훈련을 하며 ‘남들과 다른’독후활동의 첫걸음을 내디뎌보자.

 책을 읽으면서 수학 관련 개념을 이끌어내 이를 독후감에 활용하면 보다 창의적인 독후감이 된다. 수학 이야기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수학 개념을 한 번 더 확인 할 수 있어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이 수학에 흥미를 붙이기 좋다. 쉬운 책부터 시작하며 수학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독서 방법을 터득하면 ‘엄마표’지도로 얼마든지 독창적인 독서 포트폴리오 만들기가 가능하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수학적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에 좋다. 주인공 걸리버는 현실세계와 비교해 소인국과 대인국을 묘사할 때 길이와 넓이, 무게, 부피 등 구체적인 수학 개념과 측정값을 자주 사용한다. 걸리버가 표류 끝에 도착한 소인국에서 ‘약속을 잘 지키면 소인국 사람들의 1728배의 식량을 받을 수있다’는 제안을 받는 대목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서 1728이라는 숫자에 주목해 이 수치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자. 책에서 소인국 사람들은 걸리버의 키가 자신들의 12배라는 점을 들어 12의 세제곱인 1728배의 식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한다. 실제로는 필요한 음식량이 키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인국 사람들이 나름대로 수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계산을 했다는 점에 초점을 두자. 책을 읽어나가며 서로의 생각을 토론하며 생각을 풍성하게 확장시킨 뒤 이를 정리해 글로 남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잊지 말자. 글을 쓸 때 수학 개념을 사용하면 보다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면 앞으로 논술과 같은 객관적인 글을 쓰는데도 도움이 된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도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날짜와 시간 개념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처음 읽을 때는 시간을 계산하지 말고 편하게 읽도록 한다. 책을 두 번째 읽으면서는 시간이 나오는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하나하나 계산하고 따져가며 정말 맞는지 생각하며 읽으면 작가가 시간을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글을 썼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된다. 이는 글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읽어낼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의 주인공 포그는 80일동안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내기를 하지만 마지막에 약속시간보다 5분 늦게 되면서 내기에서 지고 만다. 하지만 시간 계산에 착오가 있어 하루를 잘못 계산했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내기에서 이긴다. 결말 부분의 설명이 정말 맞는지 계산해보며 토론하면 독서와 수학 놀이를 동시에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독서 탐구 보고서를 쓸 차례다. 새로 알게 된 점이나 생각이 변화된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하자. 시매쓰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독서를 통해 새로운 수학 개념이나 기호에대한 개념이 명확해 진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기록하라”며 “형식적인 독후감보다 탐구 보고서 형식의 독후감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를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설승은 기자 lunatic@joongang.co.kr 그래픽="송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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