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 실종! … 주목받고 싶은 신세대 몸짓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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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옷은 입은 걸까. 짧은 반바지에 긴 셔츠나 미니원피스를 덧입어 안 입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하의실종 패션’이 올여름 유행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명동과 이화여대 앞 거리에서 만난 ‘아찔한 패션’차림의 10~20대 여성들. [김태성·김도훈 기자]


긴 상의에 짧은 하의가 가려지는 ‘하의실종 패션’이 거리를 휩쓸고 있다. 올해 초 가인·구하라 등 여자 아이돌 스타들이 TV에 입고 나온 이후 최근엔 10~20대의 많은 여성들도 이 ‘아찔한 패션’을 따라 하고 있다.

 하의실종 패션이 유행하며 관련 제품 판매도 늘고 있다.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제작·유통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나 인터넷쇼핑몰의 판매량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서 올 들어 22일까지 팔린 쇼트팬츠, 미니스커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4%, 22% 늘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스파이시 칼라’에 따르면 지난달 긴 셔츠와 초미니원피스의 판매량은 짧은 상의와 무릎 길이 원피스에 비해 세 배가량 많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쿠아도 이달 미니원피스 판매량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하의실종 패션이 유행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경기 불황의 영향 ▶노출에 대한 무감각 ▶연예인 따라 하기 등이다. ‘키가 커 보이고 다리도 길어 보이기 때문’이란 단순한 이유도 있다.

 불황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은 경기가 나빠지면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에 바탕을 둔다. 불황기에 패션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옷을 줄인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옷감 절약을 위해 치마를 짧게 입으라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불황 속 우울한 심리를 과감한 패션으로 달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팀장은 “전 세계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해도 각국 경기는 다르다. 하의실종이라는 자극적인 유행어 자체가 유행을 확산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출에 대한 무감각은 대중매체의 자극적인 장면에 끊임없이 노출되다 보니 웬만한 노출에는 감각이 무뎌졌고, 미니스커트는 짧아지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하의를 안 보이게 해 ‘노출 착시’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아이돌 스타들이 유행을 이끌면서 20~30대까지 이들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젊음에 대한 강박증’이 작용한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려는 신세대의 욕구로 노출의 공식조차 기존의 룰을 깨고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욕망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 현상으로 설명했다. 시선 끌기 자체가 목적이란 것이다. 전 교수는 “주목을 받아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하의실종 패션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인터넷상의 ‘낚시문화’가 패션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김태성·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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