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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연임한 반기문 총장, 어깨가 무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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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어제 새벽 유엔 총회는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그의 연임을 확정 지었다. 반 총장은 올해 말로 첫 5년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1일 5년간의 2기 임기를 시작한다.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안보리의 15개 이사국과 유엔 전(全) 회원국을 대표하는 5개 지역 그룹 의장국 등 20개국이 그의 연임안을 공동 발의했고, 회원국 대표들은 표결 없이 박수로 통과시켰다. 한국인 출신 첫 유엔 수장인 반 총장의 연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반 총장 이전에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7명 가운데 연임에 실패한 경우는 6대 총장이었던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한 사람뿐이었다. 보스니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빚은 갈등이 원인이었다. 이변이 없는 한 연임하는 것이 사실상의 관례라는 점에서 반 총장의 재선은 정해진 수순이란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거나 중국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서방 언론의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고, 사무국 개혁을 둘러싸고 내부의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동양적 리더십과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성으로 이를 극복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 대선과 관련한 내전 사태에 적극 개입하고, ‘아랍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사태를 맞아 시민들 편에 서서 단호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일각의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수락 연설에서 그가 밝힌 대로 지금 우리는 통합과 상호연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리 초강대국이라도 혼자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런 만큼 지구촌의 이슈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유엔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 빈곤과 기아 퇴치에서 인권과 비핵화 문제까지 지구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난제가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반 총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인이란 정체성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국제사회의 최고위직 외교관다운 중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세계 평화와 안전에 큰 족적을 남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