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지구대 채 순경은 ‘인간 내비게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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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부경찰서 상무지구대의 채정훈 순경이 자신이 그린 관할구역 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쉬는 날에도 동네를 일일이 다니며 길을 익혀 이 지도를 완성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검정색 엔터프라이즈 승용차가 OO모텔 앞을 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0시 20분쯤 광주시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대에 신고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상무지구 모텔촌을 중심으로 활개치던 컴퓨터 모니터 절도범이 탄 용의 차량이었다. 보름 전부터 이 일대 모텔 45곳을 다니며 업주 등에게 폐쇄회로TV(CCTV)에 잡힌 차량과 용의자의 모습 등이 담긴 유인물을 나눠준 게 신고로 이어졌다. 상무지구대에서 신고를 받은 채정훈(34) 순경은 용의 차량의 좌(고속도로 방향)·우(시내 방향) 도주로부터 차단했다.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5·18 기념문화회관 인근 대소4거리와 이마트 쪽에 각각 순찰차를 출동시킨 뒤 또 다른 차량 1대로 용의자를 뒤쫓게 했다. 이렇게 해서 용의자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분30초. 상무지구대장인 김종균 경감은 “용의자들을 잡는 데 채 순경의 공이 컸다. 골목길까지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능력에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광주서부경찰서 상무지구대에 근무하는 채 순경은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통한다. 지도 없이도 관할구역인 치평동 7·8통(광주시청∼라마다호텔∼상무시민공원) 일대를 손금 보듯이 꿰고 있다.

 그는 광주지방경찰청이 5월 23일부터 6월 3일까지 112신고센터 요원과 지역 경찰관 980명 대상으로 연 ‘길 학습 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다. 대회는 경찰의 출동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관내 주요 도로와 유흥가· 은행, 방범용 CCTV 등 주요 치안정보를 지도에 그려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8년 경찰관이 된 채 순경은 지난해 7월 상무지구대에 배치된 터라 관내 지도를 그리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평소 범죄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순찰을 한 게 도움이 됐다. 예컨대 노래방·술집 밀집지역은 폭행 사건이 많고, 오피스텔들이 모여 있는 지역은 강·절도가 많다. 그는 은행이 있는 곳을 지날 때면 도주 예상 도로를 꼼꼼하게 챙겨 본다. 채 순경은 “ 항상 새로 생긴 가게는 없는지, 간판이 바뀐 집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조선대 선박해양공학과)에 다닐 때 제도 공부를 하고, 휴일마다 동네를 다니며 길을 익혀둔 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을수 광주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1초라도 빨리 현장에 달려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며 “지도 그리기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평가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글=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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