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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포럼 월례 토론회 <56> 원자력의 미래와 그린 에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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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잠재적 폭탄인가, 무한 에너지인가’.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딜레마다. 한국은 이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86%(2008년 기준)인 ‘에너지 빈국’이기 때문이다. 국가 에너지 효율도 독일·일본·덴마크 등 선진국의 50~70% 수준이다. 국제 정세도 불리하다.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는 거세지는데 한국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82%(2009년 기준)나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원자력발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사태는 한동안 잠잠했던 원전 이슈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원자력의 미래와 그린에너지’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56차 월례 토론회에서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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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전문가들은 원전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고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가 가시화하면서 더 이상 화석연료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것이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원전을 포기했을 경우 생길 국민적 부담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며 “그때까지 원전을 ‘징검다리’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향후 50년 동안은 안전·신뢰를 밑바탕 삼아 원전을 관리해야 하는 게 한국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을 예로 들며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을 때 보일러 폭발사고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증기기관에 적응하길 거부했던 사람들은 아직까지 말을 탑니다. 원전을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한국이 부강한 산업사회로 갈지, 원시시대로 돌아갈지 선택하는 문제와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황일순 서울대 교수

 신재생에너지에 ‘올인’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김 전 장관은 “신재생에너지는 바람이 불거나 태양이 비칠 때만 발전할 수 있다”며 “한국처럼 땅이 좁은 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도 “원전은 적은 면적에서 높은 효율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며 “한국에선 원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현실적인 에너지 문제 대안”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원전 폐기 주장으로까지 번져선 안 된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했다. 김 전 장관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사태와 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태, 최근의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예외적인 사고”라며 “사고를 막을 순 없다. 사고에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사고만 없었다면 원전은 최고의 에너지로서 순항했을 것”이라며 “사고가 났을 때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밀집지대’에 놓인 한국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의 원전뿐 아니라 중국이 서해 쪽 해안에 집중적으로 건설할 예정인 140여 개의 원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났을 때 곧바로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한국이 위험할 수 있으니 중국은 원전을 짓지 말라’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국가 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 측면에서 핵안보정상회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한·중·일 원자력협의체’를 꾸려 안전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다목적 소형 모듈 원전’을 기존 원전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원전은 현재 원전의 10분의 1 규모로 개량한 것이다. 이 원전을 상용화하면 경제성·안전·환경의 세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게 황 교수의 주장이다. 황 교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올해 소형 모듈 원전 개발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며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원전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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