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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제주 크루즈, 속도냐 즐거움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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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7일 김포에서 인천까지 이어지는 경인아라뱃길 18㎞ 구간의 시작 지점인 김포터미널 현장. 터미널 전망대에서는 경인아라뱃길 갑문과 수로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지금은 덤프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오가는 흙길 이지만 10월이면 이곳엔 물이 흐른다.


 2007년 시작된 서해뱃길 사업은 여의도~김포의 한강 구간 15㎞를 대형 선박이 오갈 수 있도록 넓히고, 김포~인천의 경인아라뱃길 18㎞ 구간에 수심 6.3m, 폭 80m의 물길을 만드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조2485억원(민자 1373억원). 경인아라뱃길 공사는 80% 진행된 상태다. 2013년 10월 서해뱃길 사업이 모두 끝나면 여의도나 김포에서 5000~6000t급 배를 타고 제주도나 중국에 갈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용객 수요를 국제관광선(5000~6000t급) 연간 7200명, 국내관광선(3000t급) 2만6000명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한강의 첫 구간인 양화대교 교각을 넓히는 사업에 반대하고 있어 여의도~김포 구간은 개통이 늦어질 수 있다.

 사업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강운하 백지화 서울 행동’의 염형철 집행위원장은 “여의도에서 제주까지 17시간이나 걸리는 배를 타고 갈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행기로 쉽게 갈 수 있고 인천에서도 배를 탈 수 있기 때문 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도 19일 서해뱃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데도 서울시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해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측은 “감사원이 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김명주 숭실대 전산원 관광경영학과 외래 교수는 “미국 허드슨강을 따라가는 코스 등 중간 규모의 크루즈를 이용한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관광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6300t급 여객선 오하마나호(정원 937명)엔 자전거 동호회 회원 등 698명이 탑승했다. 인천에서 제주도까지 13시간이 걸리고 건조된 지 25년이나 된 배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는 아니다. 서해뱃길을 살피기 위해 이 배에 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와 협의가 안 된다면 국비 지원을 요청해서라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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