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수출 성과, 서민 체감 어려워” … 내수 살리기 ‘8 to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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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토론회에 참석해 산책로를 걷고 있다. 이 대통령은 17일부터 열린 토론회에서 내수 활성화를 강조했다. 앞줄 왼쪽부터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 대통령,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제공]


공공부문 근로시간 ‘8·5제’(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대체공휴일제, 봄·가을방학 신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월 1회 ‘전통시장 가는 날’ 제정….

 17~18일 정부의 ‘내수 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에선 온갖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하 장·차관, 청와대 실장·수석급 등 88명이 참여한 자리다. 이날 토론 내용은 부처 간 최종 조율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비교적 상세히 언론에 공개됐다. 대통령과 장·차관이 참석한 국정토론회임을 감안할 때 너무 빠르고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왜 이렇게 서두를까. 내수 활성화가 서민경제 살리기와 직결돼 있고 이게 내년 총선·대선을 가름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다음 날 이 대통령은 “(정부에 대해)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토론회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대통령은 “서민경제에 대해 하늘을 찌를 듯한 불만이 있다”고 했다. ‘많은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한 불만’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여권에선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기류가 팽배하다. 여권은 그간 ‘성장의 온기’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만 돌아가고, 중소기업과 서민은 더욱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민심이 악화됐다고 본다. 이른바 양극화의 심화다.

 총선·대선이 예정된 내년은 ‘양극화의 도전’이 더욱 거셀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그래서 꺼내 든 ‘승부수’가 ‘내수 활성화’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수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내수시장이 작아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어렵다”며 “내수가 확대돼야 서민들이 살기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 주말 각 부처에서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인 셈이다.

 내수를 살리되 과거와 같이 경기 부양을 위한 수요 진작책은 쓰지 않기로 했다. 물가 불안을 감안한 것이다. 그 대신 공급 확대나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공공부문 근로시간 ‘8·5제’다. 이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부터 다듬어 온 구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무리하면 국민경제에 장점이 많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늘어난 여가시간만큼 자기 계발을 하거나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면 당장 관광 등을 중심으로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 등 선진적인 사회 분위기를 유도할 수도 있다. 가정 친화적인 근로문화는 ‘한국의 아킬레스건’인 여성의 저조한 사회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오후 5시 퇴근이 가능할 정도로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느냐다. 벌써 괜히 출근시간만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국정토론회에선 내수 활성화 아이디어가 ‘백화제방(百花齊放) 식’으로 쏟아졌다. 서민의 실질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를 개선하고,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확대하 는 내용도 논의됐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논의 내용을 공개한 만큼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며 “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실현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이달 중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담겠다”고 말했다.

서경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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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7대)

194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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