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금상·동상 딴 대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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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아리 활동의 최종 목표는 대개 ‘대입 활용’이다. 자기소개서나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내역을 기록해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주는 데 쓰인다. 이런 경우 대부분 대학 입학 후엔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게 된다. 그러나 서울 보성고 발명과학반은 조금 다르다. 이 동아리 회원들은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고교 후배들과 꾸준히 연락을 하고 활동도 한다. 지난달 30일에는 동아리 출신 대학생들이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열린 ‘2011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함께 출전해 한국인 최초로 금상과 동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냈다.

고교 동아리활동으로 대입→취업스펙까지 연계

 수상팀은 전원 보성고 발명과학반 출신 대학생들로 구성됐다. 발명과학반을 담당한 보성고 정호근 교사를 중심으로 권민재(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4), 나재원(경희대 환경학과3), 이영석(한양대 전자통신공학부 3), 이충훈(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1), 손제원(단국대 건축공학부 1), 오택범(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1)씨가 모였다. 같은 고교 동아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소속 대학도 전공도 제각각이다.

 대회 출전은 정 교사가 권유했다. 팀장을 맡은 권씨는 “발명과학반 선후배를 대상으로 어렵지 않게 팀원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했다. 보성고 동아리실에 주말마다 모여 밤을 새워가며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대회를 1주일가량 앞두고는 잠을 2시간 정도만 자면서 연구에 몰두했다.

 정 교사가 이 대회 초등 부문 국제심판을 맡아 대회 방향을 꿰뚫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정 교사는 “작품의 독창성을 심사위원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팀원들의 발표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대표자가 나서서 작품을 설명하면 팀원 전원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보완했다. 이렇게 팀원들과 지도교사가 한데 모여 4개월간 노력한 끝에 5개의 도전과제 중 2개 분야에서 금상과 동상을 획득했다.

 수상내역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 팀원에게 새로운 경력이 됐다. 권씨는 “취업서류의 자기소개서에 이번 수상결과를 적어 홍보할 예정”이라며 “수상 성과뿐 아니라 고교 시절 선후배와 끈끈한 인연을 맺고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영석씨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후배(오택범·이충훈·나재원)들의 노하우도 큰 도움이 됐다”며 “한국인 최초 수상이라는 점도 취업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선후배 교류 활발…시너지 효과

 보성고 발명과학반은 정 교사가 교내에서 12년째 이끌어오는 동아리다. 보성고는 그의 첫 부임지다. 학교에 부임한 다음해인 2000년이 동아리를 만들었다.

 첫 해 3명으로 출발한 동아리에는 매년 60여 명의 학생이 새로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각종 발명경시대회와 창의력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학생도 많다. 지난해엔 서울시가 지정한 발명영재학급으로 선정돼 연중 100시간씩 특별 강좌도 진행한다. 과학발명반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하는 심화과정 프로그램이다. 정 교사는 “몇년 전부터는 발명에 재능있는 학생들이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전학을 오기도 한다”며 “현재 동아리를 거쳐간 학생만 1000여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다양한 경력을 쌓아 대학입시에 성공한 선배들은 매년 다시 돌아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동아리 선후배끼리 연락이 꾸준히 유지되는 데는 정 교사의 역할이 한몫한다. 정 교사는 동아리 온라인카페를 운영하고 페이스북이나 미니홈피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수시로 제자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는 1기부터 현재 12기까지 회원들의 연락처를 대부분 가지고 있다. 1~3기 제자들은 내로라 하는 대기업에 취업해 연락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 교사는 대학생인 제자들에겐 학기 중 틈날 때마다 모교를 찾아 후배들에게 강의하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현재 정 교사와 수시로 교류하며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졸업생은 100여 명 정도다.

 이처럼 동아리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발명과학반 활동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회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공지하고, 대회 수상자의 후기도 정리해 공개한다. 정 교사는 “대학생들이 고교 후배들을 위해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얻는 점도 있어야 한다”며 “선후배 간 상호협조를 통해 양쪽 모두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정호근 교사(사진 가운데)와 ‘2011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보성고 출신 Scinaps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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