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싸움 보니 한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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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얼굴) 대통령은 17일 반값 등록금 논란과 관련, “(등록금이) 어떻게 반값이 되느냐. 안 된다는 걸 알면 이 기회에 새로운 대학의 질서를 다시 만들고 교수들도 새로운 자세로 (일)해야 할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8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대학이 (그동안) 얼마나 안일하게 해왔느냐”고 지적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교육부 공무원들은 과장만 되면 대학 총장들 오라 가라 했다”며 공무원들의 고압적 자세도 지적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에 대해선 “검찰·경찰 싸우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 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무위원들의 일하는 자세와 관련해 “ 부처 간 합의도 안 되고, 2개 부처만 (과제가) 걸쳐도 1년, 2년, 3년이 걸린다”며 “국무위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마주 앉아서 합의하면 될 일인데 밑에 맡기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에서 공직비리에 대한 감사·감찰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총리실에서 더 강화해서, 정말 정권 말기에 못된 관습이 남아있는 걸 앞으로를 위해 (바로잡아야) 하겠다”며 “이건 사정(司正)과 관계없고 사정과 다르다 ”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토론회 시작 전 겉옷을 벗고 있다. [안성식 기자]

“교과부 과장만 되면 대학 총장 오라 가라 해”

당초 청와대가 잡은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시간은 7분이었다. 그러나 그 네 배가 넘는 29분 동안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주요 발언.

 ①“나도 을(乙) 입장에서 뒷바라지했었다”=국민이 당혹스럽고 걱정을 많이 한다.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고. 공정사회란 새로운 기준으로 보니 관행적으로 했던 게 전부 문제가 되고 있다. 업자들이 (공무원) 뒷바라지해주던 게 오래전부터 있었다. 나도 민간에 있을 때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준 일이 있다. 단체에 (부처 출신의) 자기 사람을 보내 회장·부회장 하고 그 사람들이 잘해주고. 국토해양부만이 아니라 모든 데가 그랬다. 법무부 검사들도 그랬지 않았나.

 ②“민간 CEO는 다 떠나려고 해”=공기업에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단임을 하고 다 떠나려고 한다. 공무원들에게 시달려서, 국회에서는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고 해서 그렇다. 공직자 출신이 가면 엔조이(enjoy·즐기고)하면서 일을 못하고도 더 하려고 로비한다.

 ③“밥그릇 싸움 한다”=국무위원들이 부처에 손해여도 국가에 도움이 되면 양보해야 나라가 될 거 아니냐. (현 정부가) 1년8개월밖에 안 남았으니 어쩌고 저쩌고 생각하면 정말 국민과 국가를 위한 자세가 아니다. 공직자들이 (여기저기) 기웃기웃하고…. 요즘 TV를 보니 ‘나는 가수다’가 있던데 정말 그런 정신이 우리(공직자)한테도 필요하다. 세상이 빠르게 바뀔 때는 과거의 경험은 참고일 뿐이다. 그대로 하면 안 맞는다. 정치도 3김 시대 정치를 하면 맞는 거 같지만 안 맞는다.

 ④“서민경제, 하늘을 찌를 듯 불만이 많다”=정신만은 새로운 거 한다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 평소에 만날 떠날 준비하면 무슨 일이 되겠느냐. 보따리는 전날 싸면 되지, 1∼2년 전에 싸면 뭐가 되겠느냐. 서민경제에 대해 하늘을 찌를 듯 불만이 많다. 서민을 잘 살펴서 일자리를 만들면 세계 모델이 될 수 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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