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따는 데 한 학기 1400만원까지 … 공무원은 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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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성 의원

정부가 공무원 위탁교육을 실시하면서 일부 대학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한 학기 등록금으로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전액 국고에서 지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17일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정수성(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2008년 이후 3개년간 국내대학원 위탁교육생 지원내역에 따르면 올해 1학기의 경우 정부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다니는 국방부 전산사업부의 정모 사무관, 조달청 소속 정모 사무관에 대해 각각 1200만원의 학비를 지원했다. 같은 대학원에 다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소속 명모 사무관과 특허청 전모 서기관에게도 1050만원씩의 1학기 등록금이 지원됐다.

 KAIST가 ‘기술과 경영의 접목’을 내세워 1995년부터 개설한 ‘T-MBA’ 과정은 2년 과정(4학기) 학비만 4800만원(해외연수비는 별도로 받음)에 달한다. 또 연세대와 성균관대·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다니며 올해 1학기에만 606만~989만원의 학비를 지원받은 공무원이 35명에 이른다. 최근 3년 동안 한 학기 등록금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받은 공무원은 지식경제부 소속 이모씨로 학비가 1434만원이었다. 연세대 경영학과의 글로벌MBA 과정에 다닌 그는 2008년 2학기 등록금으로 이 돈을 지원받았다. 전체 학비는 2008년 기준으로 4300만원이다.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는 사람은 233명으로, 전체 위탁교육생 764명 중 30%에 달했다. 반면 올해 지방 국립 및 사립대학 일반대학원에 진학한 공무원들의 1인당 학비 지원액은 각각 118만원과 133만원, 142만원으로 연세대 등의 MBA 과정 학비에 비해 5분의 1~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요즘 MBA 졸업장이 하나의 자격증처럼 여겨지면서 공무원들 가운데 MBA 과정 지원자가 늘고 있다. 2008년 2학기 15명에서 불과하던 MBA 과정 재학생은 올해 1학기에 두 배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08년 2학기에 24억원이던 국내 위탁교육생 전체 국고 지원액은 올해 1학기엔 31억 5398만원으로 늘어났다. 정수성 의원은 “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대학원 위탁교육이 필요하긴 하지만 MBA 과정까지 세금으로 전액 지원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학비 지원액에 상한선을 두거나, 일정 비율을 자비로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술·전산·회계 등 전문 분야의 공무원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문대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일반대학원과 학비지원액에 차등을 둘 수밖에 없다”며 “대학원의 성격이나 금액에 상관없이 고지서대로 학비를 지원하다 보니 액수에 차이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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