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듀오정보 김혜정 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내면을 보여주는 데는 시간이 걸리잖아요. 스타일을 가꾸는 건 사회적 성공뿐 아니라 이상형을 찾을 때에도 꼭 필요합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정보의 김혜정 대표는 CEO(최고경영자)든, 맞선 보는 남녀든 스타일은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설사 내면에 원숙함을 감춰뒀더라도 외적 관리를 소홀히 하면 그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첫인상은 내면으로 가는 통로”라는 것이다.

 그는 진한 감색 바지 정장에 화사한 브로치를 하고 취재진을 맞았다. 정장은 7~8년 전 라스포사가 세일할 때 샀다. 디 데이(D-day)에만 꺼내 입어서 그런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새것 같다. ‘디 데이’는 강연·인터뷰같이 특별한 날을 말한다. 구두는 닥스에서 맞췄다.

 편안함과 프로다움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게 그의 스타일링 포인트. 너무 푸근해도, 또 지나치게 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검정이나 짙은 색 계열의 단순한 정장을 입고, 브로치로 악센트를 준다. 음표 브로치 ①는 듀오 창업주인 정성한 고문의 선물이다. 음표가 상징하는 화합, 조화로 조직을 이끌어달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2001년 대표이사로 듀오에 올 때 받았으니까 저도, 브로치도 벌써 10년 됐네요. CEO로 첫 출발을 하는 내게 자신감을 갖게 해준 보물이에요.” 음악은 듀오의 상징이기도 하다. 브랜드명 듀오는 ‘이중주’라는 음악 용어에서 따왔다. 남녀가 이중주처럼 조화롭게 인연을 만들라는 뜻의 작명이다.

 김 대표와 정 고문은 첫 직장인 대우자동차에서 함께 근무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1986년 여대생 공채 1기로 대우그룹에 입사했다.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이주해 ㈜대우 미국법인에서 일하다가 뉴저지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회계 전문가가 됐다. 95년 듀오를 창업한 정 고문은 여성이면서 회계에 밝은 전문경영인을 찾다가 김 대표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취임 당시 100명이던 듀오 직원은 이제 360명, 100억원에 못 미치던 매출액은 지난해 250억원으로 늘었다. 시장점유율 60%로 업계 1위다. CEO로 10년 장수한 비결로 ‘소통’을 꼽았다.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할 때에는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요. 대부분 여성인 직원들과 회사 일은 물론 육아 문제 같은 것까지 공유하고요.” 직원이 퇴사하면서 선물한 포트메리온 티포트 ②를 보며 ‘스킨십 경영’을 되새긴다.

 요즘 김 대표를 가장 뿌듯하게 하는 소품은 컬럼비아 등산 배낭 ③이다. 임직원 등반대회 때마다 꼴찌는 늘 그의 몫이었다. 태생적으로 등산을 싫어한 탓이다. 큰 맘 먹고 4개월 동안 개인 트레이너와 집중적으로 운동한 결과 지난주 강원도 두위봉 산행 때는 난생 처음 선두그룹에 끼였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