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비율 높아지면 집값 오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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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전국 아파트 전세비율(매매가격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하면서 매맷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전세 거주자 가운데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었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비율은 59%로 6년 6개월 이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집값 상승폭보다 전셋값이 더 많이 오르면서 전세비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비율도 49.7%를 기록해 2006년 8월 이후 가장 높다.

전세비율이 높아지면서 집값이 오른 사례는 수도권 전세비율이 60% 이상을 나타냈던 2000년 2월부터 2002년 9월 사이에 뚜렷이 나타난다.

이 기간 수도권 집값은 39%나 올랐다. 60% 이상 전세비율을 기록한 초기 1년간(2000년2월~2001년2월)은 1.6% 오르는 데 그쳤으나 그 이후 폭등세를 기록했다.

특히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2001년 9월엔 전세비율이 67.7%까지 뛰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2001~2002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집값을 밀어 올렸다”며 “전세비율이 오르면 매맷값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 전세비율 전국 최고지만 집값은 별로 안 올라

그런데 전세비율이 올라간다고 집값이 반드시 뛰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광주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비율은 75%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울산(73%), 대구(70.7%), 대전(70.3%) 등 지방 광역시와 경북(72.4%), 전북(71.9%) 등지의 아파트도 전세비율이 평균 70% 이상이다.

이들 지역 아파트는 최근 전세비율이 조금 더 오르긴 했지만 꽤 오래 전부터 높은 전세비율을 유지해 왔다. 예컨대 광주는 2001년 2월 이후 변함없이 70% 이상 전세비율을 기록하고 있고, 울산도 2008~2009년 잠시 70% 아래로 내려간 적은 있지만 10년 이상 70% 이상 높은 전세비율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지방의 집값 상승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광주는 전세비율이 70%를 처음 넘은 2001년2월부터 현재까지 10년 4개월간 28.4% 올랐다.

울산도 이 기간 61.7%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이 기간 수도권(102%)은 물론 전국 평균 집값(75.1%) 상승폭보다 적다.

전세비율이 높다는 게 집값 상승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세비율 높은 지역 월세 선호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이들 지역 주민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아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집을 살 필요를 못느끼는 것”이라며 “전세금이 올라도 매맷값보다는 낮기 때문에 그냥 전세로 눌러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으니 집주인의 입장에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고, 저금리여서 전세를 놓으면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서다.

실제로 광주는 임대차 분포에서 전세의 비율이 27.6%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임대차 시장에서 70%이상이 월세로 사는 것이다. 6개 광역시의 임대차 분포를 봐도 전세는 49.4% 수준으로 이미 월세가 대세가 됐다. 반면 수도권 임대시장에서는 여전히 전세로 사는 경우가 58.5%로 월세보다 많다.

수도권은 매매가격 상승 기대치 높아

수도권 임대시장에서 전세 비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집을 사고 기다리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따라서 전세비율이 높아지면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세비율이 올라가면 매맷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서울 및 수도권은 전세비율이 올라가면 전세보증금을 보태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여전히 많다”며 “매매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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