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선진국 편입 안 돼도 손해볼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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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국내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올해로 세 번째다. 결과는 22일 나온다. MSCI의 연례 시장분류 심사일이다. 상승동력이 달리는 요즘 증시에선 투자자의 편입 기대가 크다. 편입이 성사되면 MSCI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중장기·안정적 성향인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늘기 때문이다.

 현재 MSCI 이머징지수에 들어있는 한국은 2008년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 명단인 ‘워치리스트’에 등록됐다. 하지만 2009년 이스라엘만 편입되고 한국은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두 번째 도전에서도 탈락했다. 올해는 어떨까. 증권업계는 편입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다.

 편입을 점치는 쪽은 우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선진국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리스가 빠지면 그 자리를 채울 나라로는 한국이 1순위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지수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9월부터 FTSE 선진국지수에 실제 편입됐다. 한국은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국가 중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다우존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 주요 지수에서도 한국은 선진시장으로 분류된다. FTSE와 경쟁관계에 있는 MSCI 입장에서는 한국을 계속 이머징지수에 남겨두는 게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편입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 측은 탈락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나 시장 유동성 등 증시 펀더멘털 부분이 아닌 ‘상업적’ 이유 때문이란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사실 MSCI와 거래소는 국내 증시의 시세 및 지수 관련 데이터 사용권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MSCI는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코스피 선물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이용해 해외에서 관련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수수료 감소 등을 우려해 이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MSCI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데이터 이용권을 선진국지수 편입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MSCI 관계자가 거래소를 방문해 이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증권업계가 지수 편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2009년의 경우 상반기 4000여억원 유입에 그쳤던 영국계 자금의 유입규모가 편입 후인 3분기에는 약 3조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편입이 불발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지수 편입에 따른 손익은 당초의 기대와 차이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지수로 자리를 옮기면 선진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이머징지수 투자 자금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와 함께 대만도 선진국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다는 게 변수로 작용한다. 1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이 모두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유입 자금이 양분돼 한국으로 흘러오는 자금은 51억 달러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대만만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대만에 투자했던 이머징시장 자금을 한국이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유입규모가 93억 달러로 늘어난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않는 게 역설적으로 국내 증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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