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달콤한 비전 … “설탕으로 세계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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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자일로스를 추출해 내는 기술을 개발해 15일 신제품 ‘자일로스 설탕’을 선보였다. 코코넛 껍질에서 얻은 물질인 ‘자일로스’와 설탕을 배합해 만들었다. 설탕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기존보다 35~52%가량 줄인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올 하반기에는 혈당 상승 억제 기능을 갖춘 ‘백설 타가토스’를 출시해 비만과 당뇨로 고생하는 이들이 단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타가토스의 열량은 기존 제품의 30% 선, 혈당지수는 5%에 각각 그친다. 이 회사 이재호 부사장은 “자일로스 설탕과 타가토스로 2015년까지 1조10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가운데)이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자일로스 설탕’으로 만든 과자와 빵을 시식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은 CJ그룹 이재현(51)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설탕회사가 기본이다. 설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룹이 유통(CJ오쇼핑)과 물류(CJ GLS), 콘텐트·미디어 산업(CJ E&M)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지만, 그룹의 모태인 설탕사업 부문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온리원(Only One), 차별화된 제품만이 경쟁력이 있다. 연구기술력은 얼마든지 지원하겠다. 최고로 훌륭한 좋은 자원을 투입하라”며 임직원들을 채찍질했다.

 이 회장이 신제품 개발에 주력한 이유는 설탕이 그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그룹의 모태가 된 설탕사업은 1953년 시작됐다.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국내 최초의 제당공장을 부산에 세워, 당시만 해도 전량 수입되던 설탕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 1위 제당업체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설탕사업 부문에서만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설탕사업 부문에서만 3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잇따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교체의 배경에는 설탕사업 부문의 부진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CJ그룹은 뿌리를 설탕에서 찾는 만큼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분야 못지않게 설탕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둔다.

그는 “미래의 설탕사업에서는 CJ제일제당이 글로벌 넘버원이 돼야 한다. 세계 최강자가 돼라”고 강조한다. 신제품 연구개발 초기인 2006년엔 인천2공장(설탕공장)을 방문해 “설탕은 그동안 연구개발(R&D) 기능을 약화시킨 것이 아쉽다. 설탕 생산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올리고당·타가토스 같은 신물질에서 더 나아가 관련 제품으로 계속 다각화시켰어야 했다”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수 인재에 대해선 아낌없이 투자한다. 2006년 초 300여 명이던 CJ제일제당의 연구인력은 현재 700여 명으로 늘었다. 설탕 같은 소재식품을 연구하는 인력도 같은 기간 동안 13명에서 60명으로 네 배 이상 커졌다. 이 회장은 요즘도 임원진에게 “현재 연구인력을 몇 명이나 확보했는가. 연구인원을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리라”고 주문한다.

 그는 연구역량을 토대로 다른 사업부문은 물론 특히 설탕을 비롯한 스위트너(sweetener·감미료)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된다는 비전을 세웠다. 꾸준한 연구와 신제품 개발이 지속된다면 설탕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신수종 산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현재 글로벌 1위 제당기업은 독일의 수드주카(Sudzucker)로, 설탕으로만 3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위권이다.

 이 회장은 새로운 설탕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회장은 “과거엔 국내의 부족한 자원을 대체할 만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중요했던 때라면, 이제는 우리 기술로 만든 제품을 세계에 파는 것이 사명인 시대가 됐다”며 “자일로스 설탕을 비롯한 차세대 스위트너 관련 매출의 70%를 수출로 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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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CJ 대표이사회장
[現] CJ제일제당 대표이사회장

19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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