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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으로 풀려난 유상봉, 형님 마구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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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생 임승규씨

13일 임상규(62) 순천대 총장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동부지검은 “함바 비리와 관련해 임 총장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소환 통보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식당운영업자 유상봉(65·구속기소)씨에게서 “임 총장 동생 승규씨(건설업자)에게 소개비 등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건넸으나 돌려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후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임 총장이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부터 알고 지내며 공무원 소개비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일 임 총장을 출국금지한 데 이어 임 총장이 유씨에게 소개해 준 전직 공무원 3~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또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지난 3일 임 총장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수부 관계자는 “예금을 중도해지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임 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시간가량 조사했다”며 “추가소환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연호(61·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사돈이자 광주일고 동문인 임 총장은 지난 1월 말 중앙부산저축은행에서 만기가 9개월 남은 정기예금 5000만원을 인출해 특혜인출 의혹을 받아 왔다.

 한편 임 총장의 동생 승규씨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유씨가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형님을 마구 협박했다”며 “‘돈을 주지 않으면 검찰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기 처남을 통해 내 계좌번호를 알아내 1억원을 송금해 놓고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고 한 뒤 검찰에 나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진정했다”며 “나를 궁지에 몰려고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했다.

 승규씨는 또 “형님은 형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꾸 소환되니까 고통스러워했고, 대학총장인데 행정 공백이 생기고 결백을 입증하는 게 오래 걸리니까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쪽 당사자의 말은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상규 총장은=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행시 1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98년부터 기획예산위원회·기획예산처에서 근무하며 주로 예산 분야에서 일했다. 이례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내리 예산실장을 맡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선이 굵고 보스 기질이 있어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 과학기술부 차관과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국무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쳐 2007~2008년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임미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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