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트랙(EMT) 정순희 사장(오른쪽)과 리스뉴먼 최고기술책임자.
당뇨 합병증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시력을 잃는 것이다. 안구의 실핏줄이 막히면서 망막세포가 죽고, 결과적으로 서서히 앞이 안 보이게 된다. 망막사진을 찍어 실명 가능성을 미리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망막사진을 판독하는 데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 진단을 내렸을 땐 이미 손을 쓰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통해서다. 영국 옥스퍼드대 기술벤처인 이미디어트랙(EMT)이 개발한 ‘네레우스(Nereus)’라는 기술이 바로 그것. 실제 한국의 가톨릭의대는 이를 활용해 당뇨병 환자가 시력을 잃을 가능성을 조기 진단하는 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가톨릭의대는 EMT와 손잡고 네레우스를 활용한 의료영상 이미지 정밀 분석 시스템(아이리스·IRIS)과 망막 사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EMT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계 영국인인 정순희(55) 사장. 네레우스 기술을 개발한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기술에 끌려 영국 외무부 공무원을 그만두고 2004년 EMT를 설립했다. 정 사장은 “망막 사진은 한 장을 다시 2000~3000개로 나누어 아주 세밀하게 판독해야 했기 때문에 종전에는 데스크톱PC 한 대를 이용할 경우 한 달 가까이 걸릴 정도로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네레우스를 이용하면 10~15분 정도에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판독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시력 상실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2009년 10월 서울 대치동에 사무실을 차린 이후 한국 사무소를 본사로, 영국 옥스퍼드 본사는 연구개발(R&D) 센터로 바꾸고 있다. 최근 방한한 이 회사의 리스 뉴먼(41)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네레우스 클라우드 기술은 빠른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는 유럽천문학회와 우주관측프로젝트(SKA) 등의 연구분야에서도 채택하고 있다”며 “100만 개의 PC방을 갖춘 한국은 노는 PC의 처리능력을 빌려 쓸 수 있는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만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꽃을 피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