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군기지 폭력시위 왜 미온적으로 다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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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패트리엇 기지 폐쇄, 미군 철수 광주.전남공동대책위'가 그저께 광주 공군 전투비행단 정문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한총련 소속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 등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군부대 외곽에 설치된 2중 철조망 가운데 1차 철조망 1㎞와 2차 철조망 200m를 뜯어내고 진입을 시도했다.

철조망을 뚫고 부대 안으로 침투하려는 데도 경찰은 시위대 중 한 명도 검거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한 직무유기다. 2003년 8월 한총련 소속 대학생 10여 명이 경기도 포천 미8군 종합사격장에 무단진입해 장갑차를 점거했던 불상사가 재현될 뻔했다. 시위 장면을 채증했다고 하니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반드시 주동자를 검거해 사법처리해야 한다. '레드라인 준수'를 외치는 경찰이 레드라인은커녕 군의 시설을 파괴한 이들을 미온적으로 처리한다면 시위를 묵인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시위대는 미사일 기지 폐쇄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사실 현 정부가 주도해 일부 미군의 철수와 재배치가 진행 중에 있다. 이 정부 초기와 달리 이제는 주한미군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그런데 이 시점에 왜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남한의 안보를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는 미군에게 떠나라고 외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 등으로 안보가 국민 초미의 걱정거리가 됐는데 한쪽에서는 딴소리가 나오니 이들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심스럽다.

한총련은 올해를 미군철수 원년으로 삼자며 다음달 초부터 중순까지를 반미반전 행동주간으로 설정, 대학생들의 투쟁을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군기지.시설 주변에서 한총련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이적단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한총련이 더 이상 과격한 행동을 못하도록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주둔국이 원하지 않으면 미군은 언제나 떠날 수 있다는 미 국방장관의 언급을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