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듐등 '이동위성통신시스템' 퇴출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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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해 꿈의 통신이라고까지 불린 '이동위성통신시스템' 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90년대 초반 세계적 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수요가 없어 초기투자비조차 조달하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 자체가 유보되거나 취소됐다.

90년 6월 가장 먼저 사업에 뛰어든 이리듐은 지금까지 42억달러를 투자, 66기의 위성까지 발사하고 9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가입자가 수천명에 불과해 44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지난해 8월 파산신청을 냈다.

일본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교세라와 DDI도 향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6월까지 미국 이리듐의 일본법인 일본이리듐에 대한 출자금을 모두 거둬들일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7일 보도했다.

교세라와 DDI는 일본이리듐에 60.5%(1백57억엔)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일본이리듐은 미국 이리듐의 지분 11.2%(약 2억1천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ICO사가 91년 9월 시작한 프로젝트-21사업도 지난해 30억달러의 초기투자액에 대한 자금 조달을 추진했으나 실패해 사업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 사업은 고도 1만㎞ 상공에 10개의 위성을 발사, 지상의 무선통신 시스템인 셀룰러 망과 연결해 세계적인 통신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단말기 가격이 1천달러에 육박하고 분당 사용료도 2달러로 고가여서 고객 확보에 실패했다.

미국과 캐나다 무선장비업체인 텔리글로브와 TRW사가 91년 5월에 시작한 오딧세이 사업도 자금조달에 실패, 중단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주도한 레오셋-1 사업은 고도 7백㎞ 상공에 8백40기의 위성을 발사, 무선인터넷 데이터전송을 목적으로 93년 1월 시작됐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접속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빛이 바래져 200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 일단 연기 됐다.

미국의 퀄컴사와 로럴사가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스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3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유일한 사업이지만 가입자가 너무 미미해 향후 사업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통신전문가들의 견해다.

최형규 기자.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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