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문 기업에서 라이프컨설팅으로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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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26면

지난달 KT와 공동주최한 소셜 미팅파티. ‘사랑의 스튜디오’ 형식으로 진행된 이벤트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SNS를 통해 관람객의 실시간 의견도 받았다.

듀오의 창업자는 정성한(49·현 상신브레이크 부사장) 고문이다. 그는 젊은 시절 맞선을 보면서 영 어색했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좋은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주선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1995년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결혼정보회사 듀오를 차렸다.

IGM과 함께하는 강소기업 벤치마킹⑦ 듀오

김혜정(47·사진) 대표가 합류한 것은 2001년. 국내 자동차업체에서 함께 근무했던 정 고문이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따고 귀국한 김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정 고문은 아버지 회사인 상신브레이크의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듀오의 경영을 김 대표에게 맡긴 것이다.

결혼정보회사는 900개 가까운 업체가 난립해 있지만 듀오는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면서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성혼회원 2만 명을 돌파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업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유료 회원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결혼정보회사가 성공하려면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곳이라는 믿음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부모와 동거’ 등 구체적인 조건 입력
정확하고 효율적인 매칭. 말은 쉽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중매 3번 성공하면 천국 간다’는 말이 있을까. 듀오는 90년대 이미 2000억원대 시장 규모를 갖고 있던 일본을 벤치마킹했다. 여기에 한국적 상황을 적용해 매칭 시스템(DMS: Duo Matching System)을 개발했다. 직업·학력·외모 등 이상형 조건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여기에 맞는 상대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회원들의 9개 영역 160여 개의 정보를 입력했다. 장남·장녀 등의 형제관계는 물론 결혼 후 시부모와 동거할 의사가 있는지, 제사를 지낼 의향은 있는지 등을 써넣도록 했다. 관련 증명서류도 꼼꼼히 확인했다. 신뢰를 쌓으려면 철저한 신원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DMS를 통해 1차 매칭을 한 후엔 커플매니저의 2차 매칭이 이어진다.

통상 결혼정보회사들은 회원들에게 일정 횟수의 만남을 제공한다. 듀오는 더 많은 상대를 만날 기회를 갖고 싶어하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기간제’ 서비스를 만들었다. 매달 일정 수의 회원을 추천할 뿐 아니라 회원들끼리 프로필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연락해 만나는 길도 열었다. 그 결과 횟수제에 비해 만남이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만남도 가능해졌다.

듀오는 다양한 이벤트도 제공했다. 여행·공연·문화 이벤트를 연간 150회 이상 열어 회원들이 어색하지 않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연애 도우미로도 나섰다. 매니저들이 상담을 통해 “비싼 옷보다는 깨끗한 옷을 입어라” “음식은 평소 먹어본 것을 주문해라” 등 구체적인 맞선·연애 노하우를 전달해 열매를 맺도록 도움을 줬다.

만남 프로그램 협찬…전문성 부각
듀오는 20~30대가 익숙한 홍보 채널을 가동했다. 96년에 PC통신 최초의 이성 정보 제공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때마침 영화 ‘접속’이 인기를 끌면서 듀오의 인지도도 올랐다. 또 90년대 후반 방송된 ‘사랑의 스튜디오’ 등 남녀의 만남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 협찬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2년엔 커플매니저가 주인공인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에 제작 자문을 했다. 본업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두고 대중매체를 활용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 광고는 감성적 접근을 시도했다. ‘마음으로 통하는 듀오가 있습니다’ 등 동반자 이미지를 주는 카피를 내세웠다. 올해 시작한 TV 광고도 회사명을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대신 에세이를 읽는 듯한 카피로 감성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다.

인생경험 풍부한 주부 커플매니저 양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결혼정보회사의 역량은 커플매니저에서 나온다.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 감(感)은 매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듀오는 다양한 인생 경험과 소통 능력, 풍부한 연애 지식을 갖춘 사람을 채용한다. 가장 적합한 사람은 주부. 듀오 커플매니저의 80%가 주부다. 채용 후엔 직무 교육 등을 거쳐 실무에 투입한다. 김혜정 대표는 “커플매니저는 과거의 중매쟁이와는 다르다”며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가장 잘 맞는 동반자를 찾아주는 결혼 전문가”라고 말한다.

결혼정보업 이미지는 썩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군소업체가 난립하면서 회원을 확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거나, 신원이 확실치 않은 사람을 가입시켰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생기면서 업계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이다. 더구나 학벌·직업 등에 따라 순위를 매긴 ‘등급표’가 포털에 떠돌면서 조건에 따라 줄세우기를 한다는 눈총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개인마다 이상형과 선호가 다른데, 획일화된 기준을 만들어 등급을 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듀오는 신뢰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 사업영역을 결혼에서 가정으로 확장하고 있다. “가정의 탄생만큼이나 가정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2002년 웨딩컨설팅 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부부 상담 등을 하는 듀오라이프컨설팅을 출범시켰다. 김 대표는 “결혼이 전부가 아니다”며 “건강검진을 하듯이, 원만한 부부생활에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생애 전체에 대한 컨설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회장 전성철)은 매주 목요일 서울 장충동 본사에서 1등 기업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GM의 교수진과 기업 CEO가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문의 02-2036-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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