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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꿈에도 몰랐던 숨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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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4보(154~167)=목전에 다가온 승리는 눈 앞의 사과와 같다. 사과나무에 매달린 사과는 손만 뻗어 따내면 된다. 하지만 손을 뻗어 사과를 따내는 일은 왜 그리도 어려운가.

지금 상황이 그렇다. 김지석 7단은 드디어 구리 9단이라는 호랑이를 우리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차이는 작지만 변수가 거의 없어 승리는 요지부동으로 보인다. 구리도 도무지 속수무책이어서 무표정한 겉과 달리 속으로는 절망하고 있다. 한데 전보에서 말했듯 김지석 쪽에서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158로 받기 전에 좌하 쪽을 둔 일련의 수순(150~157)을 말하는데 사실 이 수순은 별로 악수랄 것도 없다. 김지석은 초읽기에 쫓기다가 문득 ‘참고도’ 백1로 그냥 받으면 4, 6을 선수로 당하는 것 아닌가 걱정한 것인데 7로 이어 두면 A가 남아 어차피 안 되는 곳. 실전처럼 163 쪽에서 단수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6까지 확실하게 못질한 것은 모종의 불안감 탓이다. 김지석은 스스로 “끝내기가 약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자기 암시가 되어 미세한 바둑이 되면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아무튼 그 와중에 154 쪽 두 점의 공배가 메워진 것, 이것이 막판 끝내기의 변수가 될 줄은 김지석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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