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한국도 ‘20 언더 20 사업’눈여겨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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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정말 대단하다. 얼마 전 한국 고교 졸업생들의 2010년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접한 적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것이 바로 인적 자원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지만 대학 졸업자들이 꼭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고 취직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대졸 취업률이 55%에 그쳤다. 심지어 ‘취업재수생’이란 말도 생겨났다.

 이에 필자는 ‘과연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들어간 비용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매년 더 비싸지고 있는 대학 등록금으로 사업을 시작해 볼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40여 년 전만 해도 대학 졸업장은 좋은 직업을 위한 보증수표였다. 15년 전에는 대학 졸업장과 더불어 영어 실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기업들은 젊은 신입직원 채용을 꺼린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젊은 신입직원을 채용하면 그만큼 더 오랫동안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녀를 해외 명문 사립대학에 보내려면 1년에 5만 달러 정도 든다. 대학 4년 동안 2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을 자식이 창업하는 데 보태주고, 만약 학구열이 있다면 야간 대학을 활용할 것을 권유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한국 부모들이 자녀 교육만큼 열성적으로 자녀의 창업을 지원한다면 그 사업은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나는 특히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이 같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한국 대학생들은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학사학위가 고등학교 졸업장처럼 흔한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체면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결혼할 때 제약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단지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한 것이라면, 원하는 데 취직도 못하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대학 진학 대신 다른 선택을 고려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다.

 인터넷 결제 시스템 페이팔의 공동 창시자이자 페이스북의 투자자인 피터 시엘은 최근 대학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9월 그는 미래의 마크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젊은 사업가를 지원하기 위해 ‘20 언더(under) 20’이라는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뛰어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20세 이하의 젊은이들에게 2년간 각 10만 달러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5월에 전 세계에서 지원한 400명 중 24명이 뽑혔다. 지원금을 받는 조건은 2년간 자신이 제안한 사업에 전적으로 매진하고 대학을 가지 않는 것이다. 결국 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아이디어인가. 만약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이는 사람들이 대학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다.

 필자는 젊은이들이 대학에서보다 커피 전문점을 열면서 사업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게 위치를 정하고,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안하며 직원을 채용하고 또한 교육을 시키면서 말이다. 또한 회계장부와 세금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다. 일부는 실패하겠지만 이들 또한 젊은 시절의 실패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필자 역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갈등하게 될 것이다. 쉽고 안전한 길을 택해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아이들이 작은 사업을 시작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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