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MIB …‘마트 명당’ 찾아 한 해 30만㎞ 뛰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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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개발1팀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전국 매장을 지을 때 부지를 고르고 사들이는 팀이다. 상권을 조사하고, 부지를 고르고, 용도나 조례 같은 법적 사항을 검토하는 것부터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것까지 이들의 몫이다. 유통업의 속성상 입지가 매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다루는 금액도 커 이들이 하는 일은 신세계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로 꼽힌다.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이들이 어떤 땅을 사려고 하는지 회사 안에서도 아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다. 외환위기 직후 긴축경영을 하던 다른 기업과 달리 신세계는 대거 부지를 사들여 이마트가 대형마트 1위로 올라서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뒤엔 개발1팀의 노력이 숨어 있다는 것이 신세계의 전언이다. 이들을 중앙일보가 처음 인터뷰했다.

9일 신세계 개발1팀 5총사가 서울 충무로1가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지도를 보며 회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얼굴이 알려지면 좋은 땅을 은밀히 알아보는 데 제약이 생긴다”며 사진촬영을 거부했다.

 신세계 개발1팀은 이형천 부장(43·15년 경력), 최현식 과장(39·11년 경력), 채건병 과장(38·경력 9년) 등 5명의 베테랑으로 구성돼 있다. 서재옥(38) 과장은 이마트에서 점포 개발 업무를 9년간 담당하다가 4년 전, 엄수환(38) 과장은 비유통업체에서 부동산 업무를 하다가 올해 초 합류했다.

 5총사 중 가장 고참인 이 부장은 1993년 입사해 개발팀에서 땅 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왔다. 96년 서부산점을 시작으로 이마트 120여 개는 물론 경기점, 센텀시티점,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백화점 5개 부지 매입에 모두 관여했다. 사내에서 별명은 ‘명당 찾는 남자’다. 5총사는 출근하면 부동산 사이트로 전국 부동산 시세를 검색한 후 팀원들과 전날 정보를 공유한 후 각자 관심 있는 부동산 매물과 파트너를 만나러 외근을 나선다. 이 부장은 “팀원 모두가 한 해 30만㎞ 이상을 차로 이동하고, 일주일에도 3~4회 이상 외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모두 모이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서로 따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최 과장은 “한 개 이마트의 경우 부지 매입에 작게는 500억~700억원, 최근의 복합쇼핑몰 형태 프로젝트성 사업에는 5000억~6000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부서보다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부지 매입 기준은 왕복 6차로 이상의 대로 변에 너른 부지가 있는지, 반경 3㎞ 이내에 10만 명 이상이 사는지, 핵심 상권 내에 기존 유통업체 매장이 있는지 등이다. 경쟁사 매장이 있더라도 부지 규모나 조건 등이 우위에 있다면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장은 “신세계 개발팀이 보고 갔다고 하면 주변 땅값까지 모두 올라가기 때문에 신분을 속이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땅을 보러 다닌 초기에는 정보 누설 탓에 검토 일주일 만에 땅값이 50% 이상 치솟아 부지 매입을 포기한 사례도 수두룩했다.

  과거엔 좋은 입지가 매장의 최우선 조건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별 볼일 없던 입지에도 이마트를 지으면 유동 인구가 몰리는 소위 ‘이마트 효과’가 생겨 자부심도 커졌다. 서 과장은 “이마트 강릉점·원주점·청주점 등이 이마트가 주변 상권의 발전까지 불러온 대표적인 경우”라고 소개했다. 고용 창출 효과도 뿌듯함 중 하나다. 5년간 이마트 54곳, 백화점 4곳이 오픈하며 모두 14만 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를 거뒀다. 이마트 여주 물류센터·이마트 여주점·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모여 있는 여주군에선 고용 인원 중 95%가 현지 지역 주민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가 전국에 400여 개, 백화점이 80여 개를 헤아리면서 좋은 땅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앞으로의 잠재력을 보는 눈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부지개발을 하는 초기 단계에서 입찰을 따내 함께 하는 프로젝트성 개발이 많아졌다. 이 부장은 “주요 입찰을 앞둔 전날만큼은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의미로 팀원들 모두가 금주와 목욕재계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털어놨다.

 최 과장은 “토지 보상 문제나 ‘알박기’로 고생할 때도 있지만 허허벌판이 온 가족의 쇼핑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결국 좋은 땅이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며 “단기적으로 돈 벌 생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오래도록 살고 싶은 땅을 고르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수기 기자

신세계 5총사가 꼽는 좋은 땅 특징

·햇빛이 잘 들고 시야가 잘 확보되어 어디서나 잘 보이는 양지
·정방형이나 장방형의 규모가 큰 땅
·다소 낮은 지대에 있어 사람이나 돈이 흘러와 나가지 않는 저점의 땅
·빛이 나고 잘생긴 낮은 땅

유통매장 부지로 적합한 땅의 조건은

·왕복 6차로 이상 대로 변의 넓은 부지
·반경 3㎞ 이내에 10만 명 이상이 살아야
·핵심 상권 내에 기존 유통업체 매장이 없을 것
· 경쟁사 매장이 있더라도 부지 규모·조건 우위에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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