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증산 합의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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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예상과 달리 원유 증산에 합의하지 못했다.

 OPEC 사무총장인 압달라 엘바드리(사진)는 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 회의 직후 “회원국들이 원유 쿼터(생산 할당량) 배분에 합의하지 못해 현재 생산량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OPEC는 국제 유가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급락한 2008년 12월에 생산량을 줄여 합의한 하루 2484만5000배럴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날 OPEC 회원국들이 증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원유거래소에서는 원유 값이 순식간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는 증산 가능성 때문에 엘바드리 성명 발표 직전까지 하락하고 있었다.

 증산에 반대한 쪽은 이란·이라크·베네수엘라였다. 이들 나라는 “현재 유가는 시장에 원리에 따라 적정한 것으로 검증됐다”며 “굳이 산유국들이 급락을 걱정해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이날 전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회원국들이 OPEC 증산을 강력히 촉구했다. 알리 알나이미(76)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리비아 사태로 원유 공급이 부족해 값이 너무 뛰고 있다”며 “원유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서방 경제가 침체에 빠져 결국 원유 값이 급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나이미 장관은 회의 개막 사흘 전인 5일 빈에 도착해 증산에 반대하는 회원국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 산유국이고 OPEC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사우디가 증산을 강력히 요구해 많은 전문가는 이번 회의에서 OPEC 회원국들이 증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었다.

 전문가들은 “OPEC가 증산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사우디가 걸프 지역 산유국들만이라도 참여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OPEC 회원국은 모두 12개 나라다. 이들 나라는 세계 원유 생산량 40%를 담당한다. 러시아와 영국 등 비회원 산유국이 늘어 OPEC 회원국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 2차 오일쇼크 때보다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OPEC는 국제 유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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