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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낭비 스톱] 울산시민들 “조명탑 관련자 문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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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본지 6월 8일자 1면.

켜보지도 못하고 철거되는 울산 십리대밭축구장 조명탑이 해체 뒤 다른 체육시설용으로 재활용된다. 울산 중구청은 8일 “조명탑 6기와 이에 부착된 투광등(전등) 95개를 분해한 뒤 인근의 유곡테니스장 등 다른 체육시설에서 활용하기로 울산시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3억6000만원을 들여 축구장에 조명타워를 설치했지만, 인근 삼호대숲 철새 떼의 번식과 휴식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자 한 번도 불을 밝혀보지 못한 채 철거하기로 했다.

 조명탑 4기는 폴리텍7대학 운동장, 투광등 65개는 이미 조명탑이 있는 유곡테니스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보관했다가 향후 혁신도시에 건설될 축구장 2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중구청은 철거와 이전비용으로 설계용역비 5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원을 책정, 이달 중 이전을 마치기로 했다.

 중구청 문화체육과의 김형철 주무관은 “재활용을 통해 세금낭비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무분별한 조명탑 설치로 세금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김태완(52·자영업)씨는 “울산시와 시의회는 책임을 지고 (낭비한 세금을) 변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운석(46·회사원)씨는 “어이없고 한심하다.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의회 박태완 의장은 “예산 심의 때 없었던 조명탑 설치가 추가된 과정을 규명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예산 집행 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데 대해 구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울산시의회 이재현 부의장은 “시가 직접 벌이는 사업이 아니어서 상세한 사업 내용을 챙겨보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구·군 지원 예산도 자체 예산 수준의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그나마 조명탑을 가동하기 전에 잘못을 확인해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를 보전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구·군과의 업무협의를 강화해 예산낭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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