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특공대, 브라질 구경시켜 줄 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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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양박쌍용’을 앞세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양박’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박주영(AS모나코), ‘쌍용’은 기성용(셀틱)-이청용(볼턴)이다. 하지만 이제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은퇴했 다.

 지난해 8월 허정무 감독의 지휘봉을 이어받은 조광래 감독의 고민은 컸다. 그는 모든 포지션에서 빠른 패스로 공을 운반해야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사고는 새로운 선수의 등장을 자극했다. 지동원(전남)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이른바 ‘지-구 듀오’다. 이들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둔 한국의 새 무기다. 한국은 9월부터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을 시작한다.

 조 감독은 7일 열린 가나와의 친선 경기에서 지동원을 왼쪽 날개로 실험했다. 지동원은 헤딩 선제골을 넣고 구자철의 골을 이끌어냈다. 후반 교체 출전한 구자철은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었다. 지동원과 구자철은 조 감독이 부임한 뒤 나란히 6골·3도움을 올리고 있다. 두 선수는 총 14차례 대표팀 경기에서 한국이 뽑아낸 24골 중 절반을 합작했다.

 지동원과 구자철은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발기술이 뛰어나고 활동량이 많은 지동원은 최전방과 측면에서 활약이 가능하다. 구자철은 미드필드 어느 위치에서든 맡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조 감독은 최전방의 박주영과 지동원, 구자철, 이청용이 수시로 자리를 바꾸는 일명 ‘스위칭 플레이’를 아시아 예선에서 주 공격 전술로 활용할 계획이다.

 허리의 기둥은 기성용(셀틱)이다. 기성용은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도 능하고 시야도 넓다. 가나와의 친선 경기에서 날린 60m 중거리슛은 상대 골키퍼 리처드 킹슨뿐 아니라 관중 모두를 놀라게 했다. 기성용이 1차 저지선 역할을 확실하게 해 주면서 김영권(오미야)-이정수(알 사드)-홍정호(제주)-차두리(셀틱)로 이어지는 수비진의 안정감이 한층 높아졌다.

 조 감독은 가나에 2-1로 이긴 뒤 “선수들이 변화하는 한국 축구에 적응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신감이 담긴 미소였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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