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km 마라톤 완주한 48세 공무원 “죽어지내는 중년들이여, 힘 냅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아웃백 레이스’에서 김경수씨가 달리고 있다. [사진=김경수씨]


“500km 넘는 거리를 완주했지만 특별히 잘 달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평소 틈틈이 연습하고 대회를 핑계로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찾는 거죠.”

 8일 만난 김경수(48·사진) 서울 강북구청 노무복지팀장은 나이 50을 눈앞에 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아웃백 레이스-울트라 마라톤 더 트랙(Outback Race-ultramarathon THE TRACK)’에 참가해 완주했다. 호주 중서부 엘리스스프링에서 울룰루까지 510km를 9박10일에 걸쳐 달리는 대회다. 올해 처음 열린 이 대회에는 김 팀장을 포함해 전 세계 24명이 참가했다. 17명이 완주했고 그는 15위를 했다. 김 팀장은 전문 마라토너는 아니지만 2003년 모로코(243km), 지난해 사하라(260km) 대회 등 10여 개 울트라 대회를 완주했다. 1993년부터 서울시에서 일한 그는 2007년 중앙일보와 행정자치부가 수여하는 청백봉사상을 받은 ‘청백리’이기도 하다.

 - 510km를 어떻게 달리나.

 “애초 560km 대회였다. 초반에 탈락자가 속출하자 주최 측이 구간을 줄여 510km가 됐다. 호주 내륙의 미개척지를 달린다. 40시간 내에 180km를 주파해야 하는 구간을 비롯해 하루 40~60km씩 9박10일간 일정거리를 기준시간 내에 통과해야 한다. 자급자족 레이스로 식량·옷·나침반 등을 가지고 간다. 첫 5일치 식량은 직접 가지고 가고 나머지 5일치는 주최 측에서 6일째 전해준다. 물은 구간별로 공급해 준다. 잠은 야외에서 잔다.”

 - 체력이 상당해야겠다.

 “평소 틈나는 대로 몸을 단련한다. 주말엔 북한산에 자주 오르고 중랑천변도 뛴다.”

 - 울트라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02년쯤인가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다. 마흔이 되면서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업무적으로도 좀 어려웠다. 뭔가 돌파구를 찾고 싶었는데 친구가 마라톤대회 참가를 권했다. 15km짜리였는데 좋았다. 힘들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다음해 모로코 대회에 나갔다. 그게 시작이다.”

 - 직장인이 열흘 넘는 휴가를 내기 쉽지 않은데.

 “처음엔 내 돈 들여 그런 대회에 나가겠다고 하자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지금은 식구들이 나를 자랑스러워 한다. 동료들도 격려해준다. 연월차 휴가를 모아 대회에 나간다. 집에서 직장에서 죽어지내는 40~50대가 많다. 나도 비슷했다. 하지만, 달리면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