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 지갑은 얇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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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2년 만에 감소했다. 경제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호주머니 사정은 나빠진 것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 GNI는 251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1% 줄었다. GNI가 감소한 건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질 GNI는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실질 구매력으로 나타낸 지표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국내총생산(GDP)보다는 GNI에 좌우된다.

 올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1.3%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보다는 0.1%포인트 낮다. 건설업과 농림어업 생산은 줄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GDP가 늘었는데도 GNI가 감소한 건 교역조건이 악화된 탓이다. 한국은행 국민계정부 김영태 차장은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는 데 비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며 “우리 국민들 입장에선 수출로 번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률과 투자율도 하락했다. 1분기 총저축률은 31.9%로 전분기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민간과 정부의 소비지출이 처분 가능 소득보다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민간에서는 에어컨과 휴대전화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고, 정부 부문에선 건강보험급여 지출의 증가세가 지속됐다. 국내 총투자율은 29%로 0.5%포인트 떨어졌다.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1.1%, 건설투자는 6.7% 감소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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