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0달러 돌파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4월 이후 오름세를 거듭해온 국제 원유가격이 14일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섰다.

뉴욕상품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는 이날 배럴당 30.30달러까지 치솟았다 30.25달러로 장을 마쳐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석유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걸프전후 가장 높은 배럴당 28.59달러를기록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지난해 4월 이후 감산합의로 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 이상 줄인 가운데 수요는 꾸준히 늘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을 맞아 석유수요가 급증하고 경제위기를 벗어난 아시아 지역 등의석유 소비도 크게 늘어 유가는 올들어서만 17% 이상 오르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속적인 공급부족과 수요증가는 석유재고량을 크게 떨어뜨려 미국의 석유제품재고는 지난 76년 8월 이후 최저치인 2억8천300만배럴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원유 수출국인 이라크가 14일 석유장비 부품 구매에 대한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을 경우 산유량을 10% 더 줄이겠다고 경고, 유가는 마침내 30달러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에 근접하는 초강세를 보이자 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감산합의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산유국들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은 OPEC내 3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빠르면오는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100만배럴 늘릴 것을 OPEC회원국들에게 요청하겠다고지난주 밝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도 유가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지금처럼 수요가 급증하고 재고량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선 하루 100만배럴 정도 산유량을 늘린다 해도 뛰는 유가의 고삐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3월27일 열리는 OPEC 각료회의에서 기존의 감산합의에 대한 큰 틀의 변경이 결정되지 않는 한 현재의 유가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분석된다.

그러나 유가의 강세가 지속된다 해도 배럴당 30달러선을 넘는 초강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30달러선을 국제유가의 한계선으로 여겨왔다.

배럴당 30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은 깨질 것이라는데에는 산유국들 사이에도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감산합의 고수를 주장해온 이란의 석유부 소식통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을넘어서면 산유국들의 증산 검토를 유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가가 30달러선을 계속 웃돈다면 전략비축유 방출을 거부해온 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장관에 대한 압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뉴욕시장 유가가 3월 인도분 거래 마지막날인 14일 30달러선을 넘어섰지만 15일부터는 다시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 동향을 가늠하기 위해 오는 3월2일 열리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멕시코간의 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이미 증산을 제안한 상황에서 사우디와 멕시코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OPEC의 감산합의도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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