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기사 조혜연 중국 루이 꺾어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 기원의 마스코트’였던 조혜연은 진짜 세계바둑계의 신데렐라가 되는 것일까.

수천판의 컴퓨터 대국으로 바둑을 배워 97년에 프로가 된 15세 소녀기사 조혜연 2단은 14일 세계 최강의 여류기사 루이나이웨이(芮乃偉·37)
9단에게 먼저 1승을 거두고 흥창배 세계여자 바둑대회 우승컵에 한발 다가섰다.

조2단은 수많은 바둑매니아들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14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흥창배 결승3번기 첫판에서 루이9단의 사나운 공격을 잘 막아낸 뒤 결정적인 역습을 성공시켜 백을 들고 2백22수만에 불계승했다. 조2단은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제2국에서 승리하면 대망의 우승컵을 차지하며 동시에 이창호9단이 보유한 최연소 세계대회 우승기록(17세)
도 경신하게 된다.

루이9단은 이 대회의 전신인 보해배의 단골 우승자였고 최근에는 이창호9단 조훈현9단 등 최강의 남자기사들을 연파해 바둑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인물. 오는 21일 조훈현9단과의 국수전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햇병아리나 다름없는 조2단에게 꺾여 바둑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현재 충암중 2학년에 재학중인 조2단은 이번 대회서 일본의 요시다 미카(吉田美香)
7단에 이어 중국의 펑윈(豊雲)
9단,화세밍(華學明)
7단 양후이(楊暉)
8단등 4명의 강자를 연파하고 결승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해 한국보다도 중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수원의 아마강자 노근수6단과 프로기사 김원6단 도장에 다녔다. 임동균 아마7단에겐 컴퓨터 통신바둑으로만 3백판 이상을 배웠다. 루이9단에겐 특별히 성적이 좋아 이번까지 2승1패. 현재 수원에 살고있는 조2단은 이날 승리한 뒤 “얼떨떨하다. 처음부터 바둑이 잘 풀렸다”며 “다음 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박치문 전문위원<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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