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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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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이 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조문객들이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7일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준엽 선생의 빈소에는 학계 인사와 제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고려대 전직 총장들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홍일식 전 총장은 “역대 총장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분이었고 계셔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은사님이셨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는 “애연가이셨지만 편찮으시다는 말씀은 듣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대학 총장 출신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어 회장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을 때 선생님의 지도를 직접 받았다”며 “이후 대학 행정을 맡을 때도 고려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에 대해 가르침을 주셨다”고 회고했다. 김정배 고려대 이사장도 빈소를 찾아 “한국 역사상 학생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총장이실 것”이라며 고인에 대한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김 이사장과 한승주(고려대 명예교수) 전 외무부 장관 등 학계 인사들은 이날 조문을 마치고 함께 모여 “총리직을 거절한 긍지 높은 교육자” “찢어진 양복을 기워 입을 정도로 검소하셨던 분” “좋아하는 연구 실컷 하시고 제자들도 마음껏 사랑하신 행복한 학자”로 생전 고인의 모습을 기억했다. 김병철 총장은 보직 교수 10여 명과 함께 조문했으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윤주영 전 문화공보부 장관, 임종인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 장준하 선생 유가족, 최광식 문화재청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와 단체는 조화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인택 장관에게서 고인의 별세 소식을 보고받은 뒤 “사회장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인의 유지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평소 협심증 등 심장질환을 앓았으며 지난달 중순 안암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뒤늦게 폐암이 발견됐으며 상태가 나빠져 소천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일했던 고려대 사회과학원 관계자는 “입원 일주일 전까지도 출근하시며 끝까지 연구를 놓지 않으셨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고려대 한국사학과 학생 20여 명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밤늦게까지 식장의 일손을 거들었다.

글=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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