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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낭비 스톱] 3억6000만원 들인 울산 태화강 조명탑 켜보지도 못하고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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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준공식도 하기 전 철거가 결정된 울산 십리대밭축구장 조명탑. 탑 뒤편 강 너머로 철새 도래지 삼호대숲이 보인다. [송봉근 기자]


울산 중구청이 3억6000만원을 들여 태화강 둔치 십리대밭축구장에 설치한 조명탑에 한 번도 불을 밝히지 못하고 철거하기로 했다.

 조명탑이 인근 숲에 사는 철새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업적을 쌓기 위해 주변 환경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했다가 결국 국민 세금만 날렸다.

 중구청은 7일 이런 내용의 십리대밭축구장 조명탑(6기) 처리계획을 발표했다. 중구청은 종전에 2개 면이던 축구장을 4개 면으로 확장하면서 야간에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2월부터 조명탑 설치공사를 해 지난달 6일 마쳤다. 23m 높이의 조명탑에는 400럭스짜리 전구가 16개씩 부착됐다. 총공사비 22억원 중 울산시가 18억5000만원을 댔고(나머지는 국비 지원), 조명탑 공사비는 이 중에서 3억6000만원을 따로 떼어 마련했다.

 하지만 중구청은 축구장에서 170~260m 떨어진 십리대밭과 삼호대숲을 찾아오는 백로·까마귀 떼 등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조명탑을 없애기로 했다. 철거하는 데만 5000만원 추가 비용이 든다. 공사비를 댄 울산시는 조명탑을 설치하는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민 정성욱(43)씨는 “구청과 시가 엄청난 세금을 낭비했는데도 대다수 주민들은 감시에 무관심했고 지방의회는 아무런 견제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세금 감시해야 일류시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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