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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원장에게 타워팰리스 집 앞서 2000만원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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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 돈 찾아주세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를 반대하며 108배를 하고 있다. [c]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이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 중수부는 김광수(54)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있던 2008년 9월 자택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 경영진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당시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시기로 검찰은 김 전 원장이 이를 측면에서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원장이 최근 5년 동안 명절마다 2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이렇게 모두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날 구속 수감됐다. 박연호(61·구속기소)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주요 경영진은 지난해 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당시 한나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있던 김 원장을 직접 찾아가 탄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다른 금융위 간부들도 정기적으로 떡값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장실질심사 후 금품 수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명절 때 (부산저축은행에서) 육류 같은 통상적인 수준의 선물은 받은 적이 있지만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도시개발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15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윤여성(56)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김씨로부터 “사업권 양도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에서 150억원을 받게 해주면 15억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를 설득해 요구를 수용해주고 부당하게 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조만간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소환해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중수부, 정치권 로비 본격 수사 나설 듯=김준규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대검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방침에 대해 “수사로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거물급 정치인들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 대상 공무원 중 최고위급인 김종창 전 원장 조사가 마무리되면 국회의원 등 정치인 수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현재 박형선(59·구속) 해동건설 회장과 윤여성·박태규(72·해외 출국)씨 등 3명이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 회장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 때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영접했을 정도로 참여정부 내 ‘지분’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참여정부 실세들에 대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그가 주도한 경기도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사업 인허가를 따내기 위해 옛 여권 국회의원 3~4명을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박 회장은 현재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씨는 주로 감사원과 금감원 등을 상대로 한 로비를 맡았으나 정치권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씨는 특히 검찰에서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포함해 로비 대상자들의 이름을 이미 상당수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괴력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박씨다. 그는 대구·경북 출신 현 정권 실세 등과의 교분을 무기로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수사 착수 직후 캐나다로 도피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조사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씨 신병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가족이나 지인 등을 통해 수사 협조를 유도하는 ‘양동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글=박진석·최선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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