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식초·생강·고추…입에 쓰면 소아비만을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예부터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독은 입에 달다라는 속담이 있다. 소아비만아동들의 비만탈출을 다룬 수퍼키즈 프로그램 중에도 이 속담은 예외없이 적용되었다. 비만아동 대부분이 야채를 먹지 못하거나 야채이야기만 들어도 밥맛이 달아난다는 야채기피증을 가지는 야채포빅(포빅: 특정대상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접미사)상태였다.

아이들은 야채혐오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달고 짜며 입맛에 착착 달라붙는 과자나 탄산음료등의 인스턴트음식에 강하게 끌리는 인스턴트필릭(필릭: 특정대상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는 접미사)상태였다. 이러다보니 소아비만은 당연한 덤으로 따라붙었다.

전통적으로 야채는 입맛에 쓰며, 씹기에 껄끄럽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칼로리에 비해 포만감이 크다. 그러다보니 야채는 음식에 대한 식탐이 강하여 빨리, 그리고 많이 먹기를 원하는 비만아동들에게는 영 궁합이 맞지 않는 껄끄러운 숙제와도 같은 대상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의 바쁜 일과생활은 질기고 오래 씹어야 하는 야채를 멀리할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요즘 최고의 사랑이란 드라마에서 띵똥 역으로 출연하는 양한열군의 경우, 이런 야채포빅에다가 빨리 먹기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역탤런트로서의 바쁜 스케쥴은 한열군의 마음까지 급하게 하여 아무래도 차근차근 음식을 씹어먹기에는 불편한 상황을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바쁜 스케쥴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한열군의 상황을 고려했을때는 한시바삐 바른 입맛으로의 변신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수퍼키즈 주치의로서 내가 가장 먼저 주안점을 둔 식습관개선 미션이 자신이 싫어하는 야채를 한주에 하나씩 정복하기였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영 마뜩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야채포빅 상태로 소아비만탈출프로젝트를 성공할 수는 없었다. 살을 뺀다고 하더라도 입맛이 바뀌지 않으면 곧 요요가 엄습할 것이기 때문이다.

혀가 싫어하는 음식의 범위는 퍽 넓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잘못된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 중 대다수가 채소나 나물을 굉장히 싫어한다. 특히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대상에 대한 표현이 분명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야채에 대한 호불호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비만아동들은 채소나 과일을 싫어함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미네랄과 비타민이 가득 들어 있는 식품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셈이니 비만과 더불어 성장기의 영양부족이란 두가지 악재를 동시에 껴안게 되는 셈이다.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한 사람들은 꼭꼭 씹어야 하는 현미잡곡밥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조금만 씹어도 쉽게 목으로 넘어가는 인스턴트식품과는 달리, 현미잡곡밥은 열대여섯 번을 씹어도 다 씹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싫어하는 음식이 대단히 많다. 요즘 십 대 청소년들 가운데는 꼭 먹어야 할 음식, 즉 김치, 생선, 쓴맛 채소, 심지어 단맛이 적은 과일까지 입에 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먹기 싫은 식품이라고 해서 먹지 않는 것은 신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지름길이다. 한참 건강하게 자라야 하고 면역력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야채혐오가 매우 좋지 않은 건강상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선, 아이들에게 자신이 평소 먹기 싫어한 음식들의 목록을 정리해도록 하였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책을 보며 이들 음식의 영양학적 가치를 따져보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시간이 가면서 야채들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발견하였고 매주 방문마다 도전리스트와 성공리스트를 하나씩 풀어놓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강공법을 추천하였는데 입맛에는 쓴 소위 기피식품이야 말로 몸에는 좋은 건강식품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아이들에게 알리고 이들을 섭취하도록 권유하였다.
식초, 매실, 생강, 고추처럼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식품들은 세계적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에 따르면, 우리 몸이 싫어하는 ‘기피식품’이다. 즉 우리 몸이 섭취하기 싫어하는 불쾌한 식품이지만 오히려 몸속에 들어오면 몸 상태를 개운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다. 이는 시거나 쓰거나 매운맛이 나는 ‘기피식품’이 몸에 들어오면 일종의 방어반응으로 위장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들 음식을 배출하려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는데, 이로 인해 스트레스 해소라는 부가적 이익도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기피식품’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해 다른 음식을 많이 먹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영양소를 아주 쉽게 섭취할 수 있다. ‘기피식품’은 그동안 단맛과 짠맛에 길들여진 입맛의 중독성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수퍼키즈 아동들의 상당수가 마지막에는 고추나 생강같은 기피식품에까지 도전하여 성공하였다. 살을 빼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야채에 대한 포용력있는 바른 입맛을 가지게 됨으로 아이들은 평생 건강과 날씬한 체중을 유지할수 있는 고기잡는 법을 알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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