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복에서 이영표까지. 한국 왼쪽 수비수 계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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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축구에서 측면 수비수들은 공격적이었다.

중앙 수비수가 세 명이 서는 경우가 많아 측면 수비수라고 해도 공격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측면 공격수가 돌아가며 왼쪽에 섰다. 붙박이가 없던 왼쪽 수비수 자리에 처음으로 자리 잡은 것은 김홍복이다.

축구 원로들 사이에서는 김홍복이 역대 최고의 왼쪽 수비수로 손꼽힌다.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까지 대표팀 왼쪽을 맡았던 김홍복은 민첩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던 오버헤드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선수였다.

김홍복이 은퇴한 뒤에는 오른쪽 수비를 보던 김정석이 잠깐 이 자리에서 뛰기도 했다. 70년 대에는 최재모가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최재모는 발이 빠르고 힘이 좋은 선수였다. 당시 국가대표 1진인 청룡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였다. 다만 지구력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었다. 이후에는 전술 변화가 많아 왼쪽 수비수로 자리 잡은 선수는 없다. 1986년 월드컵에서는 측면 공격수를 보던 허정무 인천 감독이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왼쪽 수비수로 뛰기도 했다.

90년 대에 들어서며 전술이 세분화됐다. 그러면서 왼쪽 수비수도 계보가 잡히기 시작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두각을 드러낸 구상범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까지 주전 왼쪽 수비수로 자리잡았다.

발은 빠르지 않지만 크로스가 정확하고 수비력이 좋았다. 1994년 월드컵에는 신홍기가 뛰었고, 1998년에는 왼발의 마술사 하석주가 있었다. 하석주의 자리를 이어 받은 것이 꾀돌이 이영표였다. 이영표는 김홍복이 은퇴한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국가대표팀의 왼쪽을 책임진 선수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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