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 음악감상실 녹향 영원히 곁에 있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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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명물인 ‘녹향’이 영원히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북외국어대 이영상(71·사진) 총장의 바람이다. 그는 지난 3일 대구 중구의 음악감상실인 녹향 주인 이창수(90)씨에게 360만원을 전달했다. 손님이 없어 우리나라 클래식음악감상실 제1호인 녹향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는 보도<본지 6월 2일자 34면>를 보고서다. 이 총장은 “30만원인 월세를 낼 돈이 없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1년치 임차료에 지나지 않지만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녹향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58년이다. 경북여고를 졸업한 그는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했지만 가정 형편상 진학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의에 빠져 있던 이 총장은 녹향에서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얻었다. 그가 즐겨 들은 곡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과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였다. 이 총장은 “이 노래를 들으면 나의 앞날에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방황하던 시절 내가 힘을 얻은 곳이 녹향”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이 총장은 공무원을 거쳐 대구효성가톨릭대(현 대구가톨릭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경북과학대학 초대 학장을 맡은 데 이어 2005년에는 대구 북구 동호동에 4년제 경북외국어대를 설립해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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