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완 밀월’ 마잉주, 중국 인권 비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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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馬英九·마영구·61·사진) 대만 총통이 원칙이 분명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앞장서면서도 중국의 인권·민주주의에 대해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해 국방력을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 총통은 지난 4일 천안문 사태 22주년 기념 성명에서 “눈부신 경제 발전에 비해 중국의 민주와 인권 상황은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국제사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공산당 지도부가 용기를 갖고 정치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민주화와 인권, 법치를 진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꺼리는 정치 개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다.

 그는 “천안문 사태 재평가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유효파)와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애미미)에 대한 인신 구속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신흥 지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 총통은 “반체제 인사에 대한 관용적인 자세는 중국의 국제 이미지를 높여줄 뿐 아니라 양안(중국과 대만)의 심리적 거리감도 좁혀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중국이 반발할 때도 그를 감옥에 가둔 중국 정부의 처사에 대해 비판했었다.

 그는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교류·협력을 택했지만 안보 문제에 대해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대만은 올해 중국의 첫 항공모함 실전 배치를 앞두고 초음속 미사일과 스텔스함 개발 등 대응 전력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항모가 대만해협에 대한 제해권을 장악할 경우 대만의 안보가 크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집권 이후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적극적이다. 마 총통은 2008년 총통 취임 이후 대만 독립 문제로 냉랭했던 양안의 적대적 분위기를 화해 모드로 바꾸고 인적·물적 교류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양안 교역액은 1000억 달러(약 108조원)를 넘어섰고 상호 방문자 수도 400만 명에 달했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해 6월 충칭(重慶)에서 양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기도 했다. 충칭은 1945년 8월 중국의 진로를 놓고 만난 국민당 장제스(蔣介石·장개석)와 공산당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이 국·공 담판을 했던 역사적 장소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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